중앙경찰학교 1453명 졸업
“주변에선 키가 너무 커서 안 뽑는 거 아니냐고 했는데 눈에 잘 띄는 만큼 시민들에게 따뜻하게 다가가는 경찰이 되겠다.”
23일 중앙경찰학교를 졸업, 신임 경찰관이 된 엄진영(34) 순경은 182㎝ 장신으로 8년간 런웨이를 누비던 패션모델이었다. 이상봉 등 유명 디자이너 패션쇼 무대에 섰던 엄 순경이 갑자기 경찰로 진로를 바꾼 것은 오래 전부터 품었던 경찰관의 꿈 때문이었다. 모델학과를 졸업했지만 엄 순경이 대학 입학 당시 전공은 경찰이 되기 위해 선택한 법학이었다. “패션쇼 무대에 서면서도 경찰의 꿈을 잊은 적이 없다”던 엄 순경은 5년 간 준비를 한 끝에 경찰이 될 수 있었다. 엄 순경은 “형사나 여성청소년 수사 쪽을 담당하고 싶다”며 “시민들이 필요할 때 가장 빠르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경찰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엄 순경을 비롯해 지난해 7월 중앙경찰학교에 입교한 292기 신임 경찰관 1,453명이 34주간의 실무교육을 마치고 이날 졸업과 함께 일선 현장에 투입됐다. ▦일반 공채 1,215명 ▦전ㆍ의경 특채 150명 ▦사이버수사ㆍ무도 등 경력채용 88명으로 엄 순경처럼 다양한 경력과 이력을 갖춘 경찰관들도 여럿 있었다.
의무경찰 복무 당시 강도강간, 특수절도 수배자 등 범죄자 32명을 검거, ‘체포왕’으로 불린 양석진(27) 순경도 그 중 한 명이다. 2012년 2월부터 대구 남부경찰서 방법순찰대에서 의경 복무를 한 양 순경은 순찰을 돌던 중 강도상해를 저지른 A급 수배자를 비롯해 30㎝자를 이용해 차량 절도를 하려던 특수절도범 일당을 현장에서 붙잡기도 했다. 순찰 돌다가 양 순경과 눈 마주치는 것을 피하는 등 수상한 행동을 하는 행인이 있으면 불심검문을 하거나 주변에 숨어 있다가 범행 현장을 덮치는 기지를 발휘한 덕분이었다. 제대 후 3년 간 준비한 끝에 의경 특채에 합격한 양 순경은 “시민들과 자주 접촉할 수 있는 수사나 교통 분야에서 근무하고 싶다”며 “따뜻하고 믿음직한 경찰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밖에도 아웃도어 디자이너 출신으로 경찰 복제ㆍ착용 장비를 담당하는 정보화장비 특채로 합격한 윤설화(42)순경이나 미국 시카고 미식축구선수로 활동했던 김준혁(26) 순경 등도 ‘화제의 졸업생’으로 주목을 받았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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