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경기장 근처의 한 개고기 식당에 대해 ESPN이 보도한 기사/사진=ESPN 캡처.
[한국스포츠경제 김정희] “이 나라에서 개를 조금 더 잘 대해주세요.”
경기 후 뜨거운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기자회견장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 나왔다. 지난 21일 네덜란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추월 대표 얀 블록휴이센(29)은 동메달을 획득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말하고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결국 팀 에이스인 스벤 크라머르와 예론 비흐 네덜란드 선수단장이 22일 “네덜란드 선수들을 대신해 사과한다. 우리는 한국 문화를 존중 한다”고 사과했다.
네덜란드 빙속 황제 스벤 크라머르가 22일 '개' 관련 발언을 사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전부터 여러 외신들은 한국의 개고기 식문화를 다뤘다. 개막 후에도 올림픽 도시인 강릉과 평창을 찾은 외국 선수들과 외신 기자들은 이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했다. 이를 바라보는 외국인들의 반응은 비판과 존중해야 한다는 시각이 공존한다.
눈에 띄는 점은 일부 외신이 ‘한국이 변화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이 문제를 바라봤다는 점이다. 미국 스포츠 매체 ESPN의 샘 보든 기자는 올림픽 개최지인 강릉에서 자신이 직접 경험한 개고기 문화를 조명했다. 그는 “강릉 경기장 5분 거리의 식당에는 ‘영양탕’이란 메뉴가 있다. 이는 ‘영양가 있는 스프’를 뜻하며 개고기 스프를 완곡하게 지칭하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또 “평창의 일부 개고기 식당은 올림픽 기간 동안 외국인 손님을 위해 간판의 개고기를 뜻하는 단어를 검게 가렸다”며 “한국인들의 개고기 문화가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원도와 평창군은 지난해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대회장 주변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 일환으로 개고기를 파는 식당이 메뉴를 바꾸면 2,00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해 평창의 한 식당이 지원을 받았다. 또 간판에 적힌 ‘개고기’, ‘보신탕’ 등의 단어를 ‘영양탕’으로 바꾸면 1,000만원을 지원했고 12개 식당이 이를 따랐다.
샘 보든 기자는 “한국의 2030 세대를 중심으로 개는 반려 동물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퍼지면서 먹는 사례가 줄어들고 있다”고 달라진 점을 설명했다. 이어 “서울 도심에서 떨어진 강릉과 평창은 변화 속도가 더딘 편”이라고 적었다.
캐나다 피겨스케이팅 대표 메건 두하멜과 닥스훈트 무태/사진=SNS 캡처.
외국 선수도 한국의 식용 개 문제에 큰 관심을 보였다. 피겨스케이팅 팀 이벤트 페어(혼성 2인) 프리에서 1위를 차지한 여자 대표 메건 두하멜(33)은 한국의 개농장에서 식용으로 길러지던 개를 구조해 화제가 됐다. 지난 12일 미국 매체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2월 평창에서 열린 4대륙선수권대회에 참가를 위해 평창을 찾았다가 닥스훈트 ‘무태’를 입양했다. 평소 국제 동물 구조 기관 활동에 관심을 가진 메건은 한국을 여행할 때마다 자원봉사 활동을 하며 개고기 농장의 개들을 캐나다로 이송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3살짜리 비글 ‘하월’을 입양할 계획이다.
김정희 기자 chu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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