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후면 입학식인데…
시행 고시도 없고 기업은 “모른다”
기대하던 워킹맘들 발만 동동
“10시 출근 얘기를 꺼내자 회사는 ‘모르는 일’이라 하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나 관련기관에 전화하니 회사 인사팀에 물어보라고 하네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들을 둔 유진영(38ㆍ가명)씨는 지난 7일 ‘올해부터 초교 1학년 입학생 자녀를 둔 중소기업을 비롯한 민간기업 근로자들도 10시 출근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를 듣고 반가움에 절로 박수를 쳤다고 한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유씨는 입학식이 약 1주일 앞으로 다가온 22일까지도 제도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듣지 못해 고민 중이다. “입학이 코앞인데 10시 출근을 정말 할 수는 있는 걸까요?”
지난 7일 저출산위와 관계부처가 함께 발표한 ‘초등입학기 돌봄공백해소대책’은 워킹맘들의 큰 환영을 받았다. 초등돌봄교실 이용이 필요한 학생을 최대한 수용하는 것은 물론, 등하교 걱정을 덜기 위해 자녀 입학을 앞둔 근로자의 10시 출근(시차출퇴근제) 및 근로시간단축을 지원한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례적으로 정부가 “오는 3월에 당장 시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구체적인 시기까지 명시해 학부모들의 기대가 컸다.
하지만 ‘입학 아동이 있어도 안심 출근하게 하겠다’는 발표와 달리 관계부처의 준비 수준은 미흡하다. 정부는 제도를 활성화할 대책으로 ‘입학기 자녀 둔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을 1시간만 단축해도 사업주에게 월 최대 44만원을 1년간 지급하겠다’는 일ㆍ가정양립환경개선지원사업 변경안을 제시했는데 시행을 담보할 고시도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늦어도 이달 28일까지는 고용안정장려금 고시를 개정해 3월부터 기업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일단 사내에서 제도를 먼저 시행하고 지원금은 나중에 신청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워킹맘들에겐 당장 입학 첫 달인 3월을 버티는 게 급한 터라 답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정부가 시차출퇴근제 등 유연근로 확산 방안을 내놓은 것이 ‘기업참여 캠페인’ 등 홍보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현실을 모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킹맘 송수연(35)씨는 “제도가 있다는 걸 몰라서 못 쓰는게 아니라 눈치가 보여서 못 쓰는 것”이라며 “정부가 3월 입학기에 돌봄을 지원한다고 콕 집어 발표하기에 특별한 대책이 있는 줄 알았는데 실상 달라진 게 없어 굳이 왜 발표했나 싶다”고 말했다.
정부가 일ㆍ가정양립문화 확산을 목표로 정책을 확대하는 것은 좋지만 현실에 적용될 수 있도록 충분한 준비 없이 덜컥 발표부터 한다면 신뢰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수혜자 입장에서 고민을 해서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따르는 대책을 내놓아야 정책안전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