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구상엽)는 22일 이중근(77) 부영그룹 회장을 횡령ㆍ배임, 조세포탈, 임대주택법ㆍ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대기업의 소비자 대상 거래에 공정거래법상 ‘우월적 지위남용’ 혐의로 기소한 것은 처음이다.
이 회장은 우량계열사 자금을 빼돌려 총수 일가 소유 부실계열사를 지원하는 등 4,300억원 상당 회삿돈을 횡령ㆍ배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자신의 세금 납부를 위한 비자금을 조성하고자 부영주택이 수행한 사업을 부인 명의 건설자재 임대업체가 수행한 것처럼 속여 155억원을 빼돌리고 법인세 36억원을 포탈했다. 아들이 운영하는 연예기획사 등에 우량 계열사 자금 2,300억원을 부당지원, 매제에게 퇴직금 188억원을 이중 지급한 혐의도 있다. 돈을 갚을 능력이 없는 전직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에게 회사자금 100억원을 대출해주거나, 해외 호화주택 구입을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회사자금 43억원을 빼돌린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이 회장 및 부영 측이 서민 대상으로 임대아파트 분양가를 부풀리는 등 우월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판단, 공정거래법ㆍ임대주택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부영은 실제 건축비가 아닌 표준 건축비를 적용한 불법 분양으로 2조원대 폭리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공정거래위원회에 검찰총장 명의 고발요청권을 행사하는 등 임대주택사업자의 유사 범행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회장이 과거 모은 비자금을 사용하기 위해 사법부를 속였다고 판단했다. 이 회장은 2004년 270억원대 비자금 조성을 이유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이 회장의 ‘차명주식 대납을 통한 피해 회복’ 약속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결정했지만, 이 회장은 석방 후 1,450억여원의 차명주식을 본인 앞으로 명의 이전한 뒤 자신의 세금을 납부하는데 사용하고 법원에는 “주식을 양도했다”고 거짓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검찰은 비자금 조성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이 회장 측을 협박해 5억여원을 받아 챙긴 비자금 관리인 박모씨를 함께 구속기소하고, 자신의 연예기획사에 부영 자금을 투입한 이 회장 아들 이모씨, 입찰가격을 조작해 90억원 상당 용역을 낙찰 받은 이 회장 조카 유모씨 등 임직원 9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앞서 건강 상태 및 생일을 이유로 두 차례 검찰 소환에 불응했던 이 회장은 “회사가 법을 다 지켰을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7일 구속됐다. 이 회장은 이준보(법무법인 양헌) 전 고검장, 채동욱(법무법인 서평) 전 검찰총장 등 초호화 변호인단까지 꾸렸지만 결국 법정에 서게 됐다. 부영 측 관계자는 “재판을 앞둔 시점이라 검찰 발표 내용에 대해 입장을 밝히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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