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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10년 야당 굳히는 한국당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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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10년 야당 굳히는 한국당의 현주소

입력
2018.02.22 17:1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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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맨 앞줄 왼쪽)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개헌 의원총회에 참석해 이석연 전 법제처장의 강연을 듣고 있다. 오대근기자
김성태(맨 앞줄 왼쪽)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개헌 의원총회에 참석해 이석연 전 법제처장의 강연을 듣고 있다. 오대근기자

“5년이나 10년 하겠죠.”

최근 만난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언제까지 야당을 할 것 같으냐”고 물으면 대부분 이렇게 답을 하다 말끝을 흐린다. 지금 당의 모습을 생각하면 의원들 스스로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온다는 반응으로 들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몰락과 함께 정권을 내준 지 9개월이 넘었지만, 아직도 한국당 의원들은 야당보다는 여당 의원에 가깝다는 얘기가 더 많다. 20일 열린 초선의원 모임은 한국당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드러낸 자리였다. 당의 핵심 동력이라 할 수 있는 초선 의원들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였으니 당 변화를 위한 제언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지만, 이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어렵사리 한자리에 모여 나온 얘기가 고작 6ㆍ13 지방선거 시도당 공천심사위원장에서 초선 시도당위원장을 배제하는 안에 대한 반발 정도였다. 모임 직후 ‘초선 모임을 정례화 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신보라 원내대변인은 “정례적으로 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지금 당이 처한 문제를 개선해 보려는 의원들의 치열한 고민도, 미래를 준비하려는 치밀함도 전혀 엿보이지 않았다.

당을 이끌어야 할 지도부와 중진의원들의 리더십도 지리멸렬한 초선 의원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 당권을 잡은 홍준표 대표는 최근 들어 사당화 논란 때문에 중진의원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개최하지 않는 등 당의 언로를 막고 있는 홍 대표에게 1차적인 책임이 있다. 그렇다고 중진의원들도 당 상황 개선을 위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준 건 아니다. 21일 김성태 원내대표 주최로 열린 중진 모임만 봐도 그렇다.

여당이던 18ㆍ19대 국회 당시 한국당의 모습은 지금과 달랐다. 여당인데도 초선들이 중심이 돼 ‘민본21’ ‘아침소리‘ 같은 모임들이 수시로 열렸다. 당 지도부가 잘못하면 비판 연판장을 돌리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지금과 비교하면 오히려 여당 시절 당의 움직임이 더 역동적이었던 것이다. 의원들 개개인이 한마음으로 당 체질을 탈바꿈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홍준표의 개인기나 여당의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만을 기대하는 건 문제다. 만일 이런 모습이 이어진다면 ‘야당 한국당’은 5년, 10년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이상이 될 것이다.

정치부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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