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보직 특혜 등 비리 혐의를 감찰하는 이석수 특별감찰관실 업무를 방해하고 내사를 벌이는 등 노골적으로 진상조사를 방해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됩니다.”
22일 서울중앙지법 320호실 피고인 석에 앉아 담담한 얼굴로 재판부의 1심 선고를 듣고 있던 우병우(52)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자신이 받고 있는 혐의가 하나 둘씩 유죄로 인정되자 얼굴을 찡그리며 어금니를 악물었다. 선고 공판이 열린 오후2시 짙은 남색 정장에 하늘색 셔츠 차림으로 법정에 들어와 변호인, 방청석 지인들과 눈인사를 나누며 시종일관 당당한 모습이던 우 전 수석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이날 재판이 시작되자 재판부는 우 전 수석이 받고 있는 9개 혐의를 언급하며 유ㆍ무죄를 설명했다. 재판부가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 좌천성 인사조치ㆍ문체부 감사담당관 인사조치ㆍK스포츠클럽 현장점검 지시 등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3가지를 잇따라 무죄로 판단하자 우 전 수석은 판사석과 정면의 검사석, 방청석을 번갈아 쳐다 보며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특유의 포커페이스도 오래가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CJ E&M을 압박한 혐의에 대해 재판부가 “공정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침해하는 전례 없는 일”이라며 따끔하게 지적하자 처음으로 고개를 떨구며 초조한 기색을 나타냈다. 이어 아들ㆍ처가와 연관된 비리를 수사한 이석수 특별감찰관 업무를 방해한 혐의에 대해 재판부가 “감찰을 중단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가할 태도를 보였고, 현장조사를 중단하게 하는 등 위력으로 감찰업무 수행을 방해했다”고 판단하자 눈을 질끈 감았다.
25분 가량 진행된 재판 말미, 징역2년6월이 선고되자 우 전 수석은 한 동안 법정을 나가지 않고 동석한 변호인들과 심각한 표정으로 판결 내용에 대해 상의를 하는 모습이었다. 변호인은 선고 뒤 “판결문을 검토한 후 바로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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