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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도 팬도 아물지 않은 상처… ‘쪼개진 박수’에 씁쓸한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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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도 팬도 아물지 않은 상처… ‘쪼개진 박수’에 씁쓸한 퇴장

입력
2018.02.21 21:3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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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여자 팀추월, 최하위 마감

21일 강릉 오벌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 폴란드와 7~8위 결정전을 마친 선수들이 허리를 숙인 채 트랙을 돌고 있다. 왼쪽부터 노선영, 김보름, 박지우. 강릉=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21일 강릉 오벌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 폴란드와 7~8위 결정전을 마친 선수들이 허리를 숙인 채 트랙을 돌고 있다. 왼쪽부터 노선영, 김보름, 박지우. 강릉=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녀 팀 추월 경기가 벌어진 21일 강릉 오벌. 경기에 앞서 장내 아나운서가 “김보름” “박지우”를 호명했지만 경기장은 잠잠했다. 관중들은 이번 올림픽 내내 한국 선수들에게 엄청난 힘을 실어줬지만 이날은 예외였다. 대신 “노선영”이란 이름이 나오자 적지 않은 박수가 쏟아졌다. 둘로 쪼개진 여자 팀 추월 대표팀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노선영(29)-김보름(25)-박지우(20)로 구성된 여자 팀은 이날 폴란드와 7,8위전을 치렀다. 과연 정상적인 경기가 가능할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대표팀은 자중지란이었다.

이틀 전인 19일 준준결승에서 한국은 3분03초76의 기록으로 8팀 중 7위에 그쳤다. 더 큰 문제는 막판에 체력이 떨어져 홀로 뒤쳐진 노선영을 나 몰라라 하며 레이스를 펼친 김보름과 박지우의 플레이였다. 경기 뒤 노선영은 말없이 빠져나간 반면 김보름과 박지우의 무책임한 듯한 인터뷰 태도가 팬들의 공분을 샀다.

사태의 확산을 막기 위해 대한빙상경기연맹이 2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빙상연맹은 처음에 노선영도 올 거라 공지했다가 기자회견 10분 전 감기몸살이 심하다며 불참을 통보했다. 김보름과 백철기(56) 총감독만 참석해 노선영만 빼고 김보름과 박지우가 스퍼트를 낸 건 경기장 함성 소리가 커서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된 탓이었다고 해명했다. 노선영이 3번(맨 뒤) 주자로 나선 것도 사전 약속에 따른 작전이었으며 선수들 사이에 큰 문제는 없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뒤 노선영은 한 방송 인터뷰를 통해 이 모든 걸 반박했다.

경기에 앞서 홀로 몸을 풀고 있는 노선영. 강릉=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경기에 앞서 홀로 몸을 풀고 있는 노선영. 강릉=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전날 기자회견에 감기몸살이 심해 못 나왔다던 노선영은 멀쩡히 7,8위전에 출전했다. 노선영은 경기를 약 3시간 앞두고 빙판에 홀로 나와 몸을 풀었다. 밥 데용(42) 코치가 이따금 노선영과 대화를 나눴을 뿐 다른 지도자, 선수는 보이지 않았다. 30여 분이 지나 백철기 감독과 김보름, 박지우 그리고 팀 추월 후보인 박승희(26)가 나타났다.

그나마 이틀 전과는 달리 노선영은 박지우, 김보름과 간간이 대화를 나누며 미소 지었다. 공교롭게 이날 한국의 상대인 폴란드 역시 준준결승에서 한국과 비슷하게 1,2번 주자가 3번 주자를 멀찌감치 떨어트려 놓고 결승선을 통과해 ‘왕따 논란’에 휩싸인 팀이었다.

한국 여자 팀 추월 선수들이 앞 주자를 밀며 달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보름, 노선영, 박지우. 강릉=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한국 여자 팀 추월 선수들이 앞 주자를 밀며 달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보름, 노선영, 박지우. 강릉=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총성이 울리자 3명의 선수는 굳은 얼굴로 레이스에 집중했다. 지난 번처럼 노선영만 뒤로 처지지는 않았다. 김보름은 선두로 달릴 때 4,5차례 의식적으로 뒷 주자를 체크했다. 맨 뒤의 박지우가 바로 앞 노선영의 엉덩이를 밀기도 했다. 한국의 속도는 폴란드에 비해 눈에 띄게 느렸다. 한국은 폴란드(3분03초11)보다 4초19이나 뒤진 3분07초30에 들어와 최하위가 확정됐다.

경기 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여자 팀 추월 선수들. 강릉=연합뉴스
경기 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여자 팀 추월 선수들. 강릉=연합뉴스

갈등의 골이 조금은 회복됐는지 궁금한 점이 많았지만 이들은 인터뷰를 거부한 채 곧바로 사라졌다. 막내 박지우만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 언니들의 뒤를 따랐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왔는데 김상항 빙상연맹 회장과 실세로 통하는 전명규 부회장 등 고위 인사들은 뒷짐만 진 채 책임 있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20일 기자회견도 선수, 감독만 취재진 앞에 세워 방패막이 삼았다는 비판이 거세다.

강릉=윤태석ㆍ김지섭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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