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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ㆍ펜스 오후 일정 비워 놔… 막판 회동 취소되자 평창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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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ㆍ펜스 오후 일정 비워 놔… 막판 회동 취소되자 평창行

입력
2018.02.21 17:0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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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3시쯤 북미 회동 잡은 듯

北, 文대통령 면담 때까지 고심 거듭

막판까지 조율하다 회동 결렬된 후

김여정 단일팀 응원 등 일정 추가

펜스도 文과 만난 후 뒤늦게 출국

9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문재인 대통령, 김정숙 여사,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부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주요 내빈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평창=김주영기자
9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문재인 대통령, 김정숙 여사,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부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주요 내빈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평창=김주영기자

미국과 북한의 최고위급 인사들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만나기로 했으나 불발됐다는 미 워싱턴포스트(WP) 보도로 당시 상황을 둘러싼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청와대는 20일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이 없다”(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는 ‘NCND’(시인도, 부인도 않는다) 입장으로 일관했다. 미 국무부가 관련 내용을 사실상 확인하고 청와대도 적극 부인하지 않으면서 북미 회동 추진 자체는 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이나, 왜 약속이 깨졌는지 해석이 엇갈리자 중재 역할을 한 청와대가 입 단속에 들어간 모습이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청와대를 방문하기 하루 전인 9일 북미 양측은 대화하는 그림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평행선만 달리는 모습이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날 오전 해군 2함대 사령부를 찾고 탈북자들을 만나는 등 대북 압박 메시지를 던지는 일정을 소화했다. 펜스 부통령은 특히 북측 대표단 일행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평창올림픽 개회식 리셉션에 ‘지각’ 참석했다가 5분 만에 나왔다. 개회식에선 뒷줄에 앉아있던 김 제1부부장 등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한마디로 미국은 북한에 관심이 없다는 듯 냉랭한 모습이었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이날 오후 1시 47분 남쪽에 도착한 김 제1부부장 일행도 곧바로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장으로 이동하면서 제 갈 길을 가는 수순을 밟았다.

운명의 10일 김 제1부부장 일행은 오전 11시 청와대를 찾아 문 대통령에게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친서를 전달하며 3차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다. 오찬을 포함해 오후 1시 20분까지 2시간 20분 청와대에 머물렀다. 이어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은 오후 6시 30분 강릉 스카이베이호텔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키로 돼 있었지만, 김 제1부부장만 따로 삼지연관현악단 격려 일정으로 만찬에 빠진다는 설명이 있었다. 이 때문에 당시에도 취재하는 기자단 사이에서는 ‘펜스 부통령과 김 제1부부장이 만날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10일 이른 오후 청와대에서 펜스 부통령과 김 제1부부장 등이 만나기로 했다’는 WP 보도로 봤을 때, 이날 오후 2~3시쯤으로 북미 회동 일정이 잡혔다고 추정된다.

하지만 이날 오후 3시 김 제1부부장이 삼지연관현악단 일정을 취소하고 강릉행 KTX에 탔고, 이어 만찬에 참석한다는 내용이 재공지됐다. WP에 따르면 북측은 회동 2시간 전 펜스 부통령 발언 등을 이유로 약속을 취소했다고 한다. 시간을 역산하면 북측이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미국 대표단을 만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펜스 부통령은 이날 공개 일정 없이 보내다 오후 7시 40분 문 대통령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쇼트트랙 경기를 함께 관람한 뒤 오후 9시 15분 전용기 편으로 한국을 떠났다.

북미 회동이 왜 취소됐는지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한미가 비공개하기로 했던 내용이 보도되자 청와대와 외교당국에선 ‘당혹감 반, 아쉬움 반’ 분위기가 감지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민감한 시기에 민감한 사안이어서 입이 없다”고만 했다.

미국이 일단 WP 보도 후 “(펜스 부통령은) 이 만남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강조할 기회로 삼으려 했다”(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고 공식 설명했지만, 정부로선 북한의 반응도 살필 필요가 있는 만큼 맞장구를 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북미대화를 중재해야 하는 입장에선 미국과 북한 어느 한쪽 편만을 들어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 측 제의로 북미 최고위급 인사가 청와대 내에서 만나기로 했다는 사실은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 역할이 일정 부분 효과를 내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케 한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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