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 뽐내는 김은정./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예상외로 크게 선전하고 있는 종목 중 하나는 여자 컬링이다. 세계랭킹 8위로 10개 출전국 중 하위권인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은 예선전에서 세계 강호들을 연달아 꺾으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일명 ‘안경선배’라 불리는 김은정(28ㆍ경북도체육회) 스킵(주장)이 이끄는 대표팀은 21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예선 8차전에서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를 11-2로 대파하며 예선 전적 7승 1패를 기록했다. 대표팀은 예선 1위로 4강행을 확정했다. 2014 소치올림픽에서 데뷔한 대표팀은 2번째 대회 출전 만에 쾌거를 이뤄냈다. 예선 1위는 4강에서 예선 4위 팀과 맞붙기 때문에 메달 경쟁에서 유리하다.
김은정 스킵과 김영미(27ㆍ경북도체육회) 리드는 현장에서 남다른 카리스마를 뽐냈다. 경기장에서는 여자부 네 경기가 같은 시각 펼쳐졌는데 얼핏 봐도 관중의 대다수는 한국인이었다. ‘한국 선수 모두 힘내세요!’, ‘영미, 파이팅!’ 등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들이 보였다. 대표팀 선수들이 득점을 따낼 때는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와 ‘영미 멋있다’, ‘영미야’ 등 외침도 들렸다.
‘영미’ 또는 ‘영미야’가 유행어가 된 이유 중 하나는 작전이다. 김은정 스킵은 경기 중 김영미에게 반복적으로 ‘영미’를 외친다. ‘영미~ 영미~ 업’은 ‘스위핑(비질)을 멈추고 기다리라’는 의미고 ‘영미! 영미! 헐’은 ‘빨리 스위핑 하라’는 뜻이다. 김영미가 동료가 던진 스톤의 세기나 방향을 결정하는 ‘비질’ 역할을 하기 때문에 경기 중에 유독 이름이 많이 불린다.
김영미는 믹스트 존 인터뷰에서 자신의 인기와 관련해 "리드와 세컨드는 주목 받는 자리가 아닌데 어떻게 된 일인지 관심을 많이 받아서 어리둥절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그는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은 것도 있지만, 컬링을 알리고 싶은 마음도 크다. 이렇게 응원해주셔서 정말 좋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 들어 한국 여자 컬링에 대한 관심도는 크게 높아졌다. 여기에는 경북도체육회와 경상북도의 역할이 컸다. 이들은 컬링 불모지인 환경에서 팀을 창단해 선수를 육성하고 전용 훈련원을 만드는 등 컬링 발전을 이끌었다.
이번 올림픽 컬링 남자, 여자, 믹스더블 대표팀 15명은 모두 경북도체육회 소속이다. 당초 동계체전 하위권에 머물던 경북도는 집중 육성할 동계 종목으로 컬링을 택했다. 스키나 빙상 종목은 시설 투자에만 거액이 드는데다, 기후를 맞추는 데도 어려움이 따른다. 컬링은 그렇지 않을뿐더러, 지능, 팀워크 등이 중시돼 한국 정서에 더 적합하다는 판단을 했다.
경북도와 의성군, 경북컬링협회는 2003년 아오모리(일본)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경북도체육회 소속 남자 일반부가 정상에 오르자 전용훈련장 건립을 추진했다. 결국 캐나다 현지 조사 등과 함께 민과 관이 힘을 합쳐 전국 최초로 컬링장을 만들었다. 2006년 5월 의성군에는 국제경기규격을 갖춘 4시트 짜리 훈련원이 세워졌다.
경북도체육회는 컬링훈련원을 기반으로 한 학교 운동부와 실업팀 구성을 통해 꾸준히 인재들을 배출하고 있다. 경북도체육회 컬링팀은 매년 캐나다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하는 등 컬링 선진국 벤치마킹에도 힘쓰고 있다. 이런 노력들이 한국 여자 컬링의 승승장구에 밑거름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강릉=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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