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표정으로 나타난 머리 감독
“北선수들 배우려는 노력 많이 해
단일팀 재구성? 상황 따라 진행”
골리 신소정 “처음엔 당황했지만
남북 한 팀으로 열심히 하려 했다”
20일 남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마지막을 알리는 종료 버저가 울리는 순간, 세라 머리(30ㆍ캐나다) 감독은 눈시울을 붉혔다. 비록 1승도 올리지 못했지만 선수들도, 관중들도 단일팀의 마지막 순간이 가져다 준 깊은 울림에 한 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눈물의 인터뷰로 27일 간의 동행을 끝낸 머리 감독과 선수들은 하루가 지난 21일 밝은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다시 섰다.
머리 감독을 비롯한 박종아(22), 신소정(28), 랜디 희수 그리핀(30), 박윤정(26)은 이날 오후 강릉 올림픽파크 내 코리아하우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올림픽 첫 단일팀 출전에 대해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머리 감독은 “3주 동안 열심히 했다. 모처럼 휴식을 갖고 남북 선수들이 점심 식사를 함께 하면서 얘기를 많이 나눴다. 북한 선수 가운데 뛰지 못한 선수도 있었지만 그들도 우리 팀에서 배우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그런 경험들도 함께 얘기했다”고 식사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머리 감독은 “단일팀 선수들은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모습이다. 앞으로도 긍정적으로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향후 단일팀 재구성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현실적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했다. 머리 감독은 “2년 재계약 제안을 들었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올림픽 이후 세계선수권대회를 준비해야 하고 베이징 올림픽에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우리의 좌우명은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만 생각하고 진행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북측 선수가 배우려는 노력이나 태도는 좋지만 단일팀 구성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불편한 동거가 우려됐던 박철호 북한 감독에 대해서는 “경기가 끝난 뒤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매우 좋은 사람이다. 그가 없었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선수교체나 라인 등 어떤 결정이든 잘 받아줬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골리 신소정은 “처음 단일팀을 결성한다고 했을 때 당황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바뀔 수 없다면 휘둘리지 말고 훈련만 열심히 하자고 생각했다. 남측이나 북측이나 한 팀으로서 열심히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박윤정은 “처음엔 조금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선수들을 만나고 소통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아이스하키 이상의 뭔가를 느꼈다. 단일팀의 발걸음을 통해 더 큰 것을 이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북한 선수들과의 추억을 묻는 질문에 랜디 희수 그리핀은 “북한 선수들이 맥도날드에서 맥플러리를 먹는 걸 보면서 함께 웃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고, 박윤정은 “첫 번째 휴식일 때 해변에 가서 머리 감독을 같이 물에 빠뜨리려고 했다. 이후 카페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신소정은 “진천선수촌에서 같이 밥을 먹었을 때가 기억난다. 남자친구가 있는지 등 보통 여학생들처럼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면서 “북한 선수들에게 사진을 찍어 출력해서 준 한국 선수도 있고 편지를 쓴 선수도 있는 것 같다. 폐회식까지 추억을 많이 쌓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엔 참석하지 않았지만 북한 선수들도 선수촌에 머문 뒤 25일 폐회식에 참가할 예정이다. 강릉=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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