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마지막을 알리는 경기 종료 버저가 울리자 백지선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이 눈물을 펑펑 흘렸다. 22년 동안 알고 지냈던 형님의 우는 모습은 처음 봤다. 4년 동안 올림픽만 바라보고 고생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으리라. 올림픽이 정말 끝나 시원섭섭한 마음에 흘린 눈물이 아닐까 싶다. ‘상남자’라 눈물을 좀처럼 볼일이 없었는데, 그 모습을 보니까 나도 뭉클했다. 선수들에게 10점 만점에 10점을 준 것은 그들이 보여준 모습에 큰 감동을 느꼈기 때문이다.
백 감독과 인연은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 스탠리컵(챔피언 결정전)을 두 차례나 우승했던 전설적인 선수가 우리 팀(만도 위니아ㆍ현 안양 한라)에 온다는 자체 만으로 신기했다. 그 때 봤던 백 감독은 선수 때나, 지도자인 지금이나 똑같았다.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카리스마를 갖췄다. 그 강함 속엔 부드러움도 있어 사람을 이끄는 힘이 있었다.
선수 시절엔 백 감독을 아끼는 아버지가 항상 따라 다녀 우리끼리 ‘파파 보이’라고 놀리기도 했다. 자꾸 놀리면 농담 삼아 서툰 한국말로 ‘빠따(방망이) 맞을 수 있어’, ‘빠따 대’라고 겁을 줬던 기억이 있다. 아버지에 대한 마음이 각별해 처음 스탠리컵 우승을 차지했을 때 받은 반지는 아버지를 드리고, 본인은 두 번째 우승 반지를 간직했다.
백 감독이 2014년 한국 아이스하키를 책임질 감독으로 온다고 했을 때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백 감독은 걱정이 가득했다. 저변이 너무 약해 선수 선발을 고민했다. 1만명에서 20명을 뽑는 것과 수백 명에서 20명을 선발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그래서 항상 하는 말이 ‘선수 없어. 선수 없어. 진짜 없어’다. 올림픽을 앞두고도 15명 정도는 구상에 있었지만 나머지 10명의 엔트리를 두고 고민했다.
그래도 백 감독은 언제나 높은 곳을 바라봤다. 올림픽에서 1승만 해도 잘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지만 당당히 ‘금메달’을 외쳤다. 지도자라면 목표를 최대치로 잡는 것이 맞다. 목표가 소박하면 원했던 성과를 내고 현실에 안주하게 된다. 선수 시절에도 지는 것을 정말 싫어했다. ‘포기하지마’ ‘할 수 있어’라는 말을 자주 외쳤다. 경기에 질 때는 라커룸 한 쪽에서 시무룩하게 있었다.
올림픽을 4전 전패로 마쳤지만 백 감독이 지휘한 한국 아이스하키는 더 이상 변방에 머무는 팀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형님도 고생 정말 많았다. 이제 푹 쉬고 5월 세계선수권대회 월드챔피언십(1부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 만나면 진하게 포옹하고 싶은데, 또 ‘빠따 맞아’라는 말을 들을까 봐 걱정되지만 그래도 꼭 안아주고 싶다.
심의식 국군체육부대 아이스하키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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