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영미’가 직접 밝힌 ‘영미 사용설명서’
요즘 온라인상에서는 ‘영미 용어해설’이 큰 화제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영미~’는 스위핑(브룸으로 빙판을 닦는 일)을 시작하라, ‘영미야~’는 스위핑을 멈추고 기다려라, ‘영미야!!!’는 더 빨리 스위핑하라. ‘영미영미영미’는 더 이상 스위핑을 할 필요가 없다.
여기서 ‘영미’는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대표 김영미(27)의 이름이다.
컬링은 리드-세컨드-서드-스킵의 순서로 스톤을 던진다. 리드인 김영미는 가장 먼저 스톤을 투구하기 때문에 스위핑을 가장 자주 한다. 스톤의 움직임을 보며 작전을 짜는 스킵(주장) 김은정(28)이 김영미에게 스위핑 방향과 속도를 지시하면서 워낙 “영미~”를 많이 불러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이름이 됐다. 경기장에서 “영미 파이팅”을 외치는 관중도 있다.
김영미가 직접 ‘영미 사용설명서’를 살짝 공개했다.
한국이 21일 러시아 출신 선수(OAR)에 11-2 완승을 거둔 뒤 김영미는 인터뷰에서 “은정이가 나를 급하게 부르면 빨리 (아이스를)닦으라는 것이고 부드럽게 부르면 (닦을) 준비하라는 뜻”이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자신을 부르지 않을 경우에는 “(김)선영이가 닦을 때”라고 설명했다. 김선영(25) 역시 김영미 못지않게 스위핑을 많이 하는 팀의 세컨드다.
컬링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국민 영미’ 반열에 올랐지만 정작 김영미는 인기를 실감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김민정 여자대표팀 감독은 “일부러 휴대전화를 안 쓰면서 그런 이야기를 못 듣고 있다. 기자 질문을 통해 처음 접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김영미는 포지션으로 보나 성향으로 보나 여자 대표팀의 ‘살림꾼’이다.
컬링은 빙판 위의 사령관인 스킵이 주로 조명된다. 리드나 세컨드는 스킵 지시에 따라 열심히 스위핑 하는 ‘궂은일’을 도맡는다. 김민정 감독은 “컬링에서 리드나 세컨드는 틀을 다지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별로 주목은 못 받는다. 김영미가 그만큼 열심히 하는 모습 때문에 많은 팬들이 좋아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김은정과 김선영은 승부사적 기질이 있는 반면 김영미는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신중한 타입이다. 김영미는 “친구 은정이와 동생들 사이에서 중재를 주로 하는데 동생들이 긴장하면 침착하게 만들려 한다”며 “나쁜 말보다 좋게 타이르는 편이고, 확 열 내는 성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하나 흥미로운 건 김은정의 어머니 이름이 ‘김영미’라는 점이다. 김은정이 경기 때마다 애타게 부르는 이름이 알고 보니 엄마 이름이었던 것이다.
한편 21일 OAR과 덴마크를 연파하고 예선을 1위(8승1패)로 통과한 여자 팀은 23일 준결승에서 한ㆍ일전 리턴매치를 치르게 됐다. 일본은 이날 스위스에 4-8로 패했지만 미국도 스웨덴에 6-9로 패하는 바람에 4위(5승4패)로 4강에 합류했다. 한국이 예선에서 유일하게 패한 팀이 일본이었다. 강릉=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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