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지오워킹화 임은옥 회장
30년간 매일 3시간 걸으며 개발
당뇨ㆍ발 교정 기능 인정받아
평범한 가정주부가 기능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30년간 발품을 팔며 만든 신발이 국내 신발업계 최초로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국 정부의 ‘메디케어(Medicare)’를 뚫었다.
지난해 2월 국내 기능성 신발업계 최초로 미국에 진출한 부산지역 신발업체 나르지오워킹화(회장 임은옥)는 최근 대한민국 신발브랜드로는 최초로 미국정부의 ‘메디케어(Medicare) 당뇨ㆍ교정신발(승인번호 A5500)’로 최종 승인을 받았다고 21일 밝혔다.
메디케어는 65세 이상과 65세 미만의 특정 장애인들에게 미국 연방정부가 의료비를 지원하는 제도로, 의료보험 수혜자는 메디케어 제품 취급점포에 의사처방전을 제시하면 승인받은 신발을 무상지원 받을 수 있다.
가정주부였던 임은옥(64)회장은 발이 편한 신발을 만들기 위해 70년대 말부터 30년간 매일 3시간씩 걸으며 수백 켤레의 신발 샘플을 만든 끝에 마침내 2006년 ‘분리형 바닥창’이 특징인 나르지오워킹화를 탄생시켰다. 그는 “발 폭이 넓어 걷는 것이 곤욕스러웠지만, 발이 편한 신발을 만들기 위해 걷고 또 걸으면서 독학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지난해 9월 미 보건당국에 심사를 신청할 때만 해도 심사과정이 워낙 까다롭기로 소문이 나 있어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다”며 “발을 자유롭고 편하게 해주면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나르지오만의 특화된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이번 승인은 미국 트럼프 정부가 자국산업을 철저히 보호하는 보호무역 정책 속에서 타국 브랜드는 쉽게 이루기 힘든 값진 결과물로 받아들인다”며 “부산지역 향토브랜드가 미국 정부의 국가의료보험 정책에 직접 참여해 미국 정부의 의료비 절감에도 기여하게 돼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인들은 60세 이상 노인의 25% 가량이 당뇨병을 앓고 있어 이번 승인으로 나르지오워킹화에 대한 미국 현지 교포사회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 일반 의료보험은 당뇨환자에게 1년에 두 켤레의 당뇨신발 구입비를 지원하고 있고, 의사들도 당뇨신발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어 큰 폭의 매출신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르지오는 지난해 미국 동부지역 뉴욕, 뉴저지 매장에 이어 이달 중 서부 캘리포니아주 LA 매장을 오픈하는 등 미국 전역으로 매장을 확대하고 인접한 북중미, 중남미, 유럽시장 등도 차례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임 회장은 “우리나라에는 아직 당뇨・교정신발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지 않아 전문 매장이 없지만, 이번 메디케어 승인을 계기로 국내 당뇨ㆍ발 교정환자뿐 아니라 전 세계인의 발 건강에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부산=김창배 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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