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주적' 발언 법적조치 검토" vs 박지원 "본인 말 부인"
양당 지도부도 가세…"흑색 저질발언" vs "도둑 제발 저리나"
국민의당 출신 안철수 전 대표와 박지원 의원이 이른바 '주적' 발언을 놓고 공개 설전을 이어갔다.
한때 '한솥밥'을 먹던 동지에서 지금은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으로 갈라선 두 사람이 대놓고 으르렁거리고 있는 것이다.
안 전 대표는 전날 박 의원이 민주평화당 의원총회에서 주장한 것처럼 자신이 바른미래당의 주적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을 거론한 적이 없다며 사과하지 않을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경고했고, 이에 박 의원은 '거짓말만 하는 구정치인'이라고 안 전 대표를 비난하며 응수에 나섰다.
안 전 대표는 20일 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이 난데없이 저를 향해 '주적' 발언을 해 무척 황당했다"고 발끈했다.
그는 "'주적이라는 단어 자체를 써본 적도 없다'는 입장문을 내고 정치적 음해공작에 강한 유감을 표했지만, 박 의원께서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라며 "오해가 확산되면 법적 조치를 비롯해 불필요한 소모적 공방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남경필 경기지사도 아니라고 하는데 논란을 일으킨 제3자는 사실관계도 바로잡고 있지 않다"며 "가짜뉴스인가"라고 비판했다.
안 전 대표는 "이런 구태공작정치를 떠나보내고 창당했는데 아직도 낡은 흑색정치가 횡행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라면서 "박 의원이 직접 사과하고 해명하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에 박 의원도 2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저는 정치공작도 안 했고 소설가도 아니다"면서 "대한민국 정치인이 주적이란 말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도 드물지만,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도 거짓말"이라고 반격했다.
박 의원은 "(남경필·안철수)두 분 중 한 분으로부터 들었다는 분이 제게 전언했고 그분이 주적이란 용어를 사용했다"면서 "자기가 한 말을 부인하는 분이 소설가도 아닌데 소설을 쓴다"고 비판했다.
이어 "안 전 대표 측에서 법적 검토를 한다니 조금은 쫄고 있다"면서도 "청산·극복의 대상이라던 자유한국당과의 관계기사를 보고 속은 저희가 얼마나 배신감을 느꼈겠느냐"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안 전 대표의 구정치 운운하는 글을 보고 진짜 거짓말만 하는 안철수 구정치인이라 생각하며 답신한다"고 꼬집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전 민평당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서도 "주적 발언은, 안철수·남경필 두 분으로부터 정확하게 들은 분이 저에게 얘기해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바른미래당에 남은 호남 중진들을 향해 "한국당은 청산과 배척의 대상이다. 이제 잔류하신 분들이 정리할 때"라고 말하기도 했다.
두 사람이 날카로운 공방을 주고받는 가운데, 바른미래당과 민평당 지도부도 각각 당 차원에서 공개발언을 통해 언쟁에 가세했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박 의원이 안 전 대표에 대한 마타도어로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며 "호남지역주의 선동이 부족했던 것인가"라고 맹비난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는 안 전 대표 개인에 대한 비하가 아니라, 이번 지방선거에서 바른미래당에 타격을 가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최악의 흑색 저질발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바른미래당은 적폐청산을 정치보복이라고 강변하는 한국당과 0.001㎜의 어떤 연대도, 0.001%도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밝힌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평당 조배숙 대표는 회의에서 "박 전 대표 폭로에 안 전 대표 측이 발끈하는데, 도둑이 제발 저리는 격"이라며 "본질은 어떤 단어를 썼느냐가 아니라, 왜 하필 두 사람이 이 시점에 만났느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경진 상임위원장도 "안철수, 남경필 두 분이 만난 사실이 있는지와 무슨 얘기를 했는지를 명확히 밝히면 될 일"이라면서 "여러 상황에 비춰보면, (양측의) 선거연대 가능성이 아주 농후해보인다"며 거들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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