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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영미’의 주인공 김영미 “제가 인기가 많다고요?”

입력
2018.02.2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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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영미’라는 호칭을 얻은 여자 컬링대표팀의 리드 김영미. 강릉=연합뉴스
’국민영미’라는 호칭을 얻은 여자 컬링대표팀의 리드 김영미. 강릉=연합뉴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유명해진 이름은 바로 ‘영미’다. 그러나 ‘국민 영미’라는 호칭까지 얻은 주인공 여자 컬링 대표팀 김영미(28)는 정작 큰 인기를 실감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김영미가 속한 여자 대표팀은 21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예선 8차전에서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를 11-2로 크게 이기며 1위를 확정했다. 경기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온 김영미는 “아침 경기인데도 다같이 집중해서 좋은 결과 만들어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영미는 대표팀에서 스톤을 가장 먼저 던지는 리드다. 스톤을 던지고 나면 다른 선수들이 스톤을 던질 때 얼음 바닥을 닦는 스위핑을 해야 해서 스킵(주장) 김은정(28) 지시를 많이 받는다.

스킵 김은정이 스톤의 방향을 지시하자 김영미가 열심히 스위핑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스킵 김은정이 스톤의 방향을 지시하자 김영미가 열심히 스위핑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김은정이 김영미에게 스위핑 방향과 속도를 지시하면서 워낙 “여영~미이~”를 많이 불러서 컬링을 응원하는 모든 사람이 이 이름을 알게 됐다. “여엉~미이~ 기다려”는 스위핑을 잠시 멈추라는 의미고, “여엉~미이~, 더 더 더”는 빨리 스위핑하라는 뜻이다. 기자들이 김영미에게 다양한 “여엉~미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고 묻자 그는 “급하게 부르면 빨리 들어가 빨리 닦아야 한다. 차분하게 부르면 준비하라는 뜻이고, 안 부르면 (김)선영(25ㆍ세컨드)이가 닦는다”고 해맑게 웃으며 답했다. 누리꾼들은 ‘자다가도 ‘영미’라는 환청이 들린다’거나 ‘영미 기다려’가 작전인 줄 알았다는 유쾌한 반응을 보인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대표팀을 응원할 때 “영미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김영미는 자신이 얼마나 유명해졌는지 잘 모른다. 김민정 여자대표팀 감독은 “저희가 일부러 휴대전화도 안 쓰면서 그런 이야기를 안 듣고 있다. 기자 질문을 통해 처음 접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컬링에서 리드나 세컨드는 틀을 다지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사실 별로 주목은 못 받는다. 김영미가 그만큼 열심히 하는 모습 때문에 많은 팬들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리드 김영미(왼쪽)와 세컨드 김선영. 두 선수는 스위핑을 가장 많이 하는 포지션이다. 강릉=연합뉴스
리드 김영미(왼쪽)와 세컨드 김선영. 두 선수는 스위핑을 가장 많이 하는 포지션이다. 강릉=연합뉴스

스킵 김은정과 리드 김영미, 세컨드 김선영, 서드 김경애(24), 후보 김초희(22) 등 5명으로 구성된 한국 여자 팀은 독특한 관계로 얽혀 있다. 2006년 의성여고에 다니던 김영미가 친구 김은정과 함께 방과 후 활동으로 컬링을 시작했고 김영미 동생 김경애가 언니 물건을 건네주러 왔다가 얼결에 합류했다. 김경애 친구 김선영이 들어오고 2015년에는 경기도의 고교 유망주 김초희가 가세해 지금의 ‘팀 킴(Team Kim)’이 됐다. 컬링은 스킵의 성을 따서 팀 이름을 붙이는데 한국은 스킵 외 선수 전원에다 심지어 감독(김민정)까지 김 씨라 “모두 한 가족이냐”는 오해도 받는다. 실은 김영미, 김경애만 친자매다.

김영미는 팀의 가교 역할도 맡고 있기도 하다. 그는 “친구 은정이와 동생들 사이에서 중재하기도 한다. 동생들이 긴장한 부분이 있으면 침착하게 만들려 한다”며 “나쁜 말보다 좋게 좋게 타이르고 있다. 제가 확 불꽃 튀는 성격도 아니고 조용조용히 하면서”라고 말했다.

전날인 20일 4강 진출을 조기 결정했던 한국은 이날 승리로 7승1패를 기록해 1위로 4강에 올랐다. 4강 플레이오프는 1위-4위, 2위-3위가 맞붙는다. 한국은 21일 오후 8시5분 덴마크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김영미는 “1위는 특별한 의미는 없다. 오늘밤 경기까지 집중하겠다. 세계선수권을 가면 일정이 더 빡빡하다. 올림픽은 여유로운 느낌”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강릉=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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