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측의 러시아 내통 의혹 등을 파헤치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수사가 거침없이 확대되고 있다. 현지 언론에서는 이번 수사가 ‘매머드급’으로 커지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겨냥해 “러시아의 선거개입에 대응하지 못했다”고 비난하면서 특유의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고 나섰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뮬러 특검은 미 연방수사국(FBI)에 허위진술을 한 혐의로 네덜란드 출신 변호사인 알렉스 밴 더 주안은 지난 16일 기소했다. 이날 워싱턴 연방법정에서 열린 유죄협상 심리에 임한 그는 자신의 혐의를 시인했다.
2016년 트럼프 대선 캠프의 고문을 지냈던 주안 변호사는 트럼프 대선캠프의 부본부장이었던 릭 게이츠와의 접촉과 관련, 거짓진술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게이츠는 캠프 선대위원장이었던 폴 매너포트의 최측근 인사로 앞서 뮬러 특검에 의해 돈세탁 등 혐의로 기소된 인물이다. 조만간 특검에 유죄를 인정, 형량을 경감받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안 변호사에겐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 법무부를 위해 일했던 과정과 관련해 FBI에 허위진술을 한 혐의도 적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언론들은 뮬러 특검이 지난주 러시아인 13명과 러시아 기관 3곳을 대선개입 혐의로 무더기 기소한 데 이어, 주안 변호사까지 곧바로 기소한 데 주목하고 있다.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뮬러 특검의 움직임에 대해 ‘매머드급’이라고 표현한 뒤, “뮬러가 임명된 이래 9개월 만에 엄청난 성과를 보여줬다. 최종 수사보고서엔 광범위한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특검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수사망을 좁혀 오자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매우 공세적인 방어자세를 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트위터를 통해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까지, 그 이후에도 대통령이었는데 왜 러시아의 개입에 대해선 아무 것도 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NYT는 “트럼프가 ‘오바마 비난’으로 방향전환을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똑 같은 주장을 펴고 나섰다. 그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대선에 개입한 건 매우 분명하다”면서도 “하지만 러시아가 선거(결과)에 아무 영향을 주지 않았던 것도 매우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수 차례 러시아의 미 대선개입을 인정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보다 러시아에 대해 훨씬 강경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공격을 통해 자기를 방어하는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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