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연루설까지 제기됐지만
디트로이트 공장 원인 의심 커져
지난해 뉴스위크가 선정한 올해의 앨범 중 하나로 뽑힌 미국 밴드 프로토마터의 ‘렐러티브스 인 디슨트’의 대표 수록곡은 ‘윈저 험’(Windsor Hum)이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시에서 수년 째 계속되고 있는 동명의 소음 현상에서 영감을 받은 곡이다. 한 음악평론가는 ‘어떤 주민은 듣지만 어떤 주민은 전혀 체감하지 못하는 윈저 험에 빗대 호오(好惡)가 갈리는 자신들의 음악을 근사하게 비유했다’고 평했다.
디트로이트강을 사이에 두고 미국 디트로이트와 마주 보는 인구 22만의 캐나다 국경 도시 윈저에서 정체 모를 소음 현상이 유명 밴드가 이용할 정도로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2011년 언론 보도로 공론화된 윈저 험이 명확한 원인 규명 없이 이어지면서 윈저 시민의 건강과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윈저 험은 공회전하는 디젤 엔진이나 저음 전용 스피커 ‘서브우퍼’ 소리와 흡사하다. 더 큰 문제는 발생 시간대나 강도, 지속 시간 등을 예측할 수 없는 점이다. 이에 따라 윈저 시민들은 두통과 불면증, 우울증 등을 호소하고 있다. 이 소리를 모든 윈저 시민이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2012년 진행된 한 조사에서는 고통을 호소한 사람이 2만 2,000명에 달할 정도다.
정확한 소음 원인은 규명되지 않고 있다. 캐나다 정부의 극비 연구시설 혹은 외계인 연루설 등도 제기되지만 주민들은 디트로이트강의 미국 쪽 저그섬에서 가동 중인 US스틸 공장을 의심하고 있다. 캐나다 연방의회에서 윈저 지역을 대표하는 브라이언 매세 의원은 “소음 발생을 일으킨 지역 이름을 따 윈저 험이 아닌 ‘디트로이트 험’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보험영업 사원으로 일하다가 은퇴한 윈저 주민 마이크 프로보스트가 소음 실태를 알리기 위해 6년 넘게 운영 중인 페이스북 페이지 제목도 ‘저그섬’이다.
하지만 미국과 캐나다간 외교 분쟁까지 각오해야 하는 만큼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2014년 캐나다 윈저대 연구진도 US스틸 용광로 폭발음일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원인을 특정하려면 미 당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물러선 바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처럼 정체 불명의 소음이 지속적으로 들려 ‘험’이라고 불리는 현상은 세계 여러 지역에서 보고되고 있다. 호주, 영국, 스코틀랜드를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최소 12개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뉴멕시코주 타오스와 인디애나주 코코모에서도 이런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