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에 많이 들어오는 질문 상위 20개 중 11개가 띄어쓰기와 관련된 것이다. 그만큼 띄어쓰기는 맞춤법 중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우리말에서 띄어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항상 앞말과 붙여 써야 하는 요소와 항상 앞말과 띄어 써야 하는 요소가 있는데, 이 두 요소의 형태가 같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어미, 접사, 조사와 의존명사이다. 우리말의 어미, 접사, 조사는 항상 앞말과 붙여 써야 하는 반면 의존명사는 띄어서 써야 한다. 그런데 이 두 가지의 형태가 같은 경우가 많다 보니 구별에 어려움이 생긴 것이다. 먼저 어미와 의존명사의 형태가 같은 예로는 ‘지’가 있다.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에서 ‘지’는 어미 ‘ㄹ지’의 일부분으로 앞말에 붙여 써야 한다. 반면 ‘집 떠난 지 10년이다’에서 ‘지’는 의존명사로 앞말과 띄어 써야 한다. 의존명사 ‘지’는 항상 시간을 나타내는 표현과 어울려 쓰이므로, 이것으로 구별할 수 있다. 접사와 의존명사의 형태가 같은 대표적인 예는 ‘들’이다. ‘학생들이 많다’에서 ‘들’은 접미사로 항상 붙여 쓰고, ‘사과, 밤, 배 들이 있다’에서 ‘들’은 의존명사로 띄어서 쓴다. 의존명사 ‘들’은 ‘등’과 같은 의미로, 여러 개를 나열한 후에 사용된다. ‘만큼’, ‘대로’는 조사로도 쓰이고 의존명사로도 쓰인다. ‘엄마만큼 키가 크다’, ‘나는 나대로 준비하겠다’에서는 조사로 쓰여 앞말과 붙여 쓰는 반면, ‘할 만큼 했다’, ‘도착하는 대로 전화해’에서는 의존명사로 쓰여 앞말과 띄어서 쓴다. 조사 앞에는 명사, 대명사 등이 오고 의존명사 앞에는 동사나 형용사가 오기 때문에 이것으로 구별이 된다. ‘뿐, 만’도 같은 기준으로 띄어서 쓰면 된다.
이운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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