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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도 끄고 불화도 끄자” 불티난 소화기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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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도 끄고 불화도 끄자” 불티난 소화기 선물

입력
2018.02.20 04:4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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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화재참사 안전의식 높아져

명절ㆍ기념일 잇템으로 인기몰이

다양한 크기ㆍ색상 디자인도 한몫

인천 부평구에 사는 주부 이용숙(38)씨는 남동생의 특별한 설 선물에 감동했다. 동생이 “혹시 모를 화재 대비와 조카들 안전교육에 좋을 것 같다”고 내민 소화기 덕분이다. “학교에서 배웠다”라며 앉은 자리에서 작동법을 시연한 아홉 살짜리 딸, “(집에) 불이 나면 내가 끄겠다”고 자신하는 일곱 살짜리 아들 모습에 든든함도 느꼈단다. 이씨는 19일 “최근 화재가 빈발해 불안감이 컸는데, 어느 때보다 뜻 깊은 설 선물이었다”라면서 “오는 어버이날엔 직접 시댁에 소화기를 선물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명절과 기념일 선물로 소화기가 때아닌 인기몰이 중이다. 지난해 말부터 잇따른 대형 화재 참사로 안전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면서 선물세트나 과일 같은 흔한 선물 대신, 안전을 지킬 소화기를 선물하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다. 비싸야 5만원을 넘지 않는 가격에, ‘불(火)도 끄고 가정 내 불화(不和)도 잠재우라’는 의미까지 더해지니 선물하는 이도 부담 없고, 받는 이 만족도도 높다. 최근 소화기를 선물 받았다는 정소연(29)씨는 “언론을 통해 화재 대비 필요성은 꾸준히 느껴왔지만, 소화기를 사야겠단 생각은 못했던 게 사실”이라면서 “형식적인 선물이 아닌 진심이 담긴 선물이라 더 기뻤다”고 했다.

소화기 선물 확산엔 세련되고 실용적인 디자인이 한몫을 한다. 빨갛고 둥근 형태로 획일화했던 기존 소화기와 달리, 최근엔 다양한 크기와 색상으로 제작된 소화기가 젊은이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일반 소화기에 비해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숨기고 싶지 않은’ 디자인으로 안전은 물론 인테리어 효과까지 누릴 수 있어 집들이와 개업 선물로 인기만점이란다. 강선민(34)씨는 원룸서 주로 쓰이는 소형 디자인소화기를 선물 받곤 “소화기라기보다 소품 같았다”면서 “디자인이 예뻐 눈에 띄는 곳에 부담 없이 둘 수 있다”고 만족했다.

소화기 수요가 늘면서 품귀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올해부터 사업장마다 사용연한(10년)이 지난 분말소화기는 성능검사를 받거나 교체하도록 한 ‘소방용품의품질관리등에관한규칙’ 개정안이 시행된 데다, 개인 주문 증가까지 맞물린 결과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대구 소방방재용품업체 관계자는 “개인 주문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1, 2월)에 비해 2~3배는 늘었다”라면서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 지금 주문해도 빨라야 다음달에나 배송이 가능하다“고 했다. 디자인소화기 유통업체 관계자는 “공급 차질로 일부 인기 디자인은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고 했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면서 “눈에 보이는 곳에 소화기를 두고, 한 달에 한 번씩 흔들어주는 등 관리 방법을 숙지해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소화기는 위급상황 시 모든 이의 눈에 띄어야 하므로 디자인만 중시하는 건 옳지 않다”고 조언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독자 정연희씨가 최근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았다는 디자인소화기. 정연희씨 제공
독자 정연희씨가 최근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았다는 디자인소화기. 정연희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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