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셋 쓰고 접속하는 가상세계
함께 영화 보다 팝콘 던지는 등
5G 접목해 현실처럼 상호작용
안방에 뉴욕 친구 초대해
도쿄 콘서트장 함께 즐길 수도
올해 하반기 상용화 예정
영화 ‘아바타’의 주인공들이 링크 머신에 들어가 누우면 우주 행성 판도라의 아바타와 연결된다. 몸은 우주선에 누워있지만 아바타를 원격 조종해 판도라에서 같이 대화하고 뛰어논다. 영화처럼 외계인에게 인간 의식을 연결한다거나 지구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한다는 거창한 이야기는 여전히 먼 미래지만, 멀리 떨어진 친구와 아바타로 가상공간에서 만나 영화도 보고 스포츠 경기도 즐기는 매력적인 상상은 조만간 현실이 된다.
SK텔레콤이 오는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하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8’에서 가상현실(VR) 기기를 쓰고 전 세계 친구들과 같은 콘텐츠를 보며 소통도 할 수 있는 ‘옥수수 소셜 VR’을 공개한다. 상용화는 올 하반기로 예정돼 있다.
옥수수 소셜 VR 세계로 들어가면 나를 닮은 아바타가 등장하고 눈앞의 가상 공간에는 대형 스크린이 펼쳐진다. 이 공간에 다른 참여자를 초대해 같이 영상 콘텐츠를 볼 수 있는데, 서로의 아바타를 통해 음성 대화를 주고받을 뿐 아니라 다양한 표정을 지으면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아바타를 움직여 팝콘을 던지는 등 행동 표현도 가능하다는 게 SK텔레콤의 설명이다. 3차원(3D) 캐릭터가 실제 사람의 시선과 몸짓에 맞춰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T리얼 아바타 프레임워크’가 적용됐다.
이번 MWC 2018 기간 옥수수 소셜 VR에서 재생될 콘텐츠는 인기 e스포츠 종목인 리그오브레전드(LoL) 경기,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콘서트, SK와이번스 야구 경기 등이다. 현재는 네트워크 속도 제한 때문에 미리 제작한 VR 콘텐츠를 틀지만, 5세대(5G) 통신과 만나면 고화질 스트리밍 콘텐츠도 즐길 수 있다. 지금 북극 하늘의 오로라를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보거나, 스페인에서 열리는 유럽 축구를 현지 관중석에 있는 것처럼 관람할 수 있게 된다. 사용자 움직임을 따라 하고 소통도 하는 상호작용 기술도 고도화됨에 따라 가상의 백화점을 방문해 옷을 입어보고 구매하는 것도 머지않았다. SK텔레콤도 옥수수 VR이 커머스, 광고,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대될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
페이스북도 작년 4월 연례 개발자 행사 F8에서 소셜 VR ‘스페이스’를 발표한 바 있다. 미래 소통 플랫폼으로 가상현실을 낙점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파급력을 실감형 미디어 공간까지 뻗치겠다는 큰 그림을 그린 것이다. 스페이스는 서비스 개념 소개와 시연에 그친 반면, SK텔레콤은 이번 MWC에서 일반인 누구나 체험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 수많은 방문객이 찾아오는 전시행사에 세계 최초로 소셜 VR 서비스를 공개한다는 건 완성도에 그만큼 자신감이 있어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영상 스트리밍 업체를 포함해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이 소셜 VR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지만, 여러 사람이 만나 대화하는 것뿐 아니라 콘텐츠 공동 시청(감상)까지 가능한 건 옥수수 VR이 처음”이라며 “영화, 예능뿐 아니라 친구를 만나 쇼핑하고, 음악을 듣고, K팝스타 공연과 팬 미팅에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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