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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인권은 왜 외국인에겐 적용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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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인권은 왜 외국인에겐 적용 안 될까요”

입력
2018.02.20 04:4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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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의 ‘지구인의 정류장’ 김이찬 대표.
경기 안산의 ‘지구인의 정류장’ 김이찬 대표.

#1

‘지구인의 정류장’ 대표 김이찬

“100여 차례 진정서도 냈지만

노동청은 무성의하게 합의 종용

정당한 임금 받기 너무 힘들어”

부산의 ‘이주민과 함께’ 사무실에서 만난 무라야마 잇페이씨.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부산의 ‘이주민과 함께’ 사무실에서 만난 무라야마 잇페이씨.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2

‘이주민과 함께’ 팀장 무라야마

“외국인 노동자는 산재도 차별

임금 등 노동조건 변화 없이는

한국 어업분야 무너질수도”

“원하는 건 단지 ‘사람대접’ 뿐인데…”

사람끼리 왜 ‘사람대접’을 요구해야 할까. 곤경에 빠진 외국인 노동자를 상담해온 김이찬(54) ‘지구인의 정류장’ 대표와 ‘이주민과 함께’ 무라야마 잇페이(村山一兵ㆍ38) 의료팀장의 머릿속에 수년째 자리 잡고 있는 의문이다. 외국인 노동자를 극단으로 내모는 노동환경과 이를 외면하는 당국을 마주할 때면 ‘한국에서의 인권은 외국인에겐 적용되지 않는가’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각각 농ㆍ축산업과 어업 분야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돕고 있는 김 대표와 무라야마 팀장을 이끈 건 외국인 노동자 삶에 대한 직ㆍ간접적 경험이다. 1995년 방송사에 입사해 드라마를 만들어온 김 대표는 돈벌이 영상 제작에 지친 나머지 3년 뒤 회사를 나와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찍기 시작했다. 학살된 베트남 양민의 후손, 한국 사회 외국인 노동자처럼 소외된 이들이 그의 카메라에 담긴 주연이었다. 그러던 중 경기 안산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영상제작을 가르치다 2009년 상담소이자 쉼터인 ‘지구인의 정류장’을 열었다. 쏟아지는 상담 요청에 2011년부터는 캄보디아어 독학을 결심했고, 이후 그의 책상엔 항상 한-캄보디아어 사전이 놓여 있다. 2003년 연세대에서 유학 생활을 했던 일본인 무라야마씨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나눔의 집’ 연구원으로 일하는 등 한국 사회 인권에 관심이 남달랐다. 그러나 5년째 되던 해 당시 근무 태도 등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갑작스레 계약이 해지됐다. 해고 노동자가 될 당시 도움을 받았던 부산 지역 이주민 지원단체인 ‘이주민과 함께’ 의료팀장으로 합류하면서 연 70~80명의 외국인 노동자 산재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수년째 현장에서 상담하지만 매번 이들을 좌절시키는 건 절박한 호소에도 미지근한 정부의 태도다. 김 대표는 “지금껏 100차례 넘게 고용노동청에 진정서를 냈지만 제대로 된 조사없이 무성의하게 합의를 종용하는 식이 절반 이상이었다”라며 “조사를 해도 노동자가 직접 촬영한 영상은 과소평가하고 노동시간을 증명할 수 있게 농촌 현장 폐쇄회로(CC)TV 기록을 가져오라는 등 비현실적인 자료를 요구해 정당한 임금을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했다. 무라야마씨는 “외국인 선원을 위한 공적 기관이 없어 부산항에 길거리 상담소를 두고 운영해야 했다”라며 “한국 선원들이 외국인들의 신분증과 여권을 압류하는 불법행위가 수년째 이어져도 관리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산재도 공적기관이 아닌 선주단체인 수협에서 담당하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2011년 6월 오양 75호 사건(인도네시아 선원 32명이 비인간적 처우를 주장하며 선박을 이탈)이 터진 한참 뒤인 2013년 1월에야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에 ‘외국인선원 콜센터’가 생겼지만 인력과 홍보, 전문성 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향한 시선이 야속하다고 토로한다. 외국인 노동자 관련 기사에 항상 따르는 “왜 그들까지 우리가 신경 써줘야 하느냐”는 반응에는 보편적 인류애가 상실된 것만 같은 아쉬움이 짙다. 김 대표는 “우리가 누구는 챙겨야 하고 누구는 소홀히 해야할 의무가 있을까”라며 “부당함을 호소하고 외면하기 힘든 상황에 대해 도움을 주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보편적 인류애를 넘어 한국 사회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무라야마씨는 “깻잎부터 고등어까지 외국인 노동자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게 없을 정도이다”라며 “그럼에도 이들에게 일을 시키면서 ‘일을 주니까 너희가 고마워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외국인 노동자 없이 한국사회가 돌아가지 않아 정책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선택을 했음에도 인권 인식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임금 등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노동조건 변화 없이는 어업 분야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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