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연출가 이윤택의 성추문 파문에 이어 뮤지컬계의 유명 음악감독인 변희석씨가 여성 단원들을 상대로 성희롱 발언 등을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변씨는 이에 대해 즉각 사과했지만 문화예술계 ‘미투’(Me Tooㆍ나도 당했다) 운동은 더 확산될 조짐이다.
지난 1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미투 변희석 음악감독’이라는 제목으로 변씨에게 성추행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변씨는 대형 뮤지컬 ‘타이타닉’, ‘시라노’ 등의 음악감독을 맡은 바 있다.
이 글의 작성자는 변씨가 총감독을 맡았던 한 뮤지컬 오케스트라 팀 단원의 친구라고 밝히며 "변씨가 얼마나 더러운 말과 입에 담기 힘들 정도의 음담패설을 하는지, 그리고 공연 때마다 뱉어내는 그 말들을 어쩔 수 없이 듣고 있어야 했던 팀원들의 몇몇 사례를 적어본다"고 글을 남겼다.
이 폭로글에 따르면 변씨가 여성 팀원에게 "내가 가끔 생리를 하는데 그때마다 매우 예민해진다. 그러니까 너는 생리하지 말라"고 말하는가 하면, 남자 배우의 상의로 손을 넣어 가슴 부위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했다는 내용이다.
작성자는 "일일이 다 적을 수는 없지만, 수없이 반복된 험담과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발언들로 심각하게 스트레스를 받은 단원들은 공연 중 위경련이나 심한 두통을 겪었고 이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 글이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되자, 변씨는 1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죄드립니다"라며 장문의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잘못에 대해 진심으로 뉘우치는 마음"이라며 "여성으로서 예민하게 느낄 수 있는 발언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을 정도로 무지했다. 함부로 성적인 농담을 해 듣는 이들에게 극도의 불쾌감을 줬다"고 적었다.
변씨는 이어 "지금에서야, 이 순간에서야 그간의 잘못을 돌아보고 뉘우치게 된 것이 부끄럽다"며 "글쓴이분께, 또 저로 인해 상처받으신 분들께, 이 글을 보고 계신 분들께도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언급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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