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동안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파문과 성동ㆍSTX조선 처리 논란에 마음 졸인 이들은 근로자들뿐만이 아니다. 군산이나 각 조선소가 자리한 통영과 진해 지역주민, 나아가 온 국민이 착잡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 자칫 삶의 터전을 잃을지도 모르는 수천, 수만 근로자들의 처지는 안타깝지만, 고통스런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현실이 모두의 마음을 짓눌렀을 만하다. 그런데 정작 책임 있게 정책을 밀고 나가야 할 정부가 또다시 멈칫거리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지금 닥친 한국GM과 성동ㆍSTX조선 처리 국면은 엄중하다. GM 미국 본사는 이달 말까지 정부 지원안이 안 나오면 군산공장을 넘어 아예 한국에서 짐을 싸겠다는 ‘최후통첩’을 날린 상태다. 성동, STX조선 역시 경영 컨설팅을 맡은 삼정KPMG가 조만간 최종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하는 대로 처리방안을 정해야 한다. 이달 말부터 3월 중 군산공장 폐쇄결정에서 시작된 한국GM 문제는 물론 경남 지역 경제와 직결된 성동ㆍSTX조선 처리방향까지 정해져야 할 상황이다.
문제는 정부가 6ㆍ13 지방선거를 의식해 원칙보다 표를 의식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는 점이다. 한국GM의 경우, 노조측조차도 GM의 ‘먹튀 행태’를 강력 비난하며 정부의 ‘원칙 있는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GM에 대한 GM 본사의 고금리(연리 5%) 대출, 매출원가 고평가, 글로벌GM 부품 고가 판매 후 완성차 저가 매수 등 이른바 국내 공장 ‘고사 음모’를 철저히 조사하고, 지원을 해도 정부나 산업은행이 경영에 적극 개입할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벌써 ‘지원을 전제로 한 협상’을 거론하는 등 ‘GM 달래기’에 급급한 듯한 모습이다.
성동ㆍSTX조선도 비슷하다. 청산가치가 존속가치의 3배에 이른다는 1차 컨설팅 결과가 나온 상태다. 하지만 백운규 산업부 장관이 갑자기 “3~4년 뒤의 조선업황을 따져본 뒤, 조선산업 전체 포트폴리오를 경쟁력 있게 조정하는 방식으로 (성동ㆍSTX 처리를) 추진하겠다”며 청산을 배제하는 듯한 시각을 내비쳤다. 지난달 3일엔 문재인 대통령이 거제 대우조선을 찾아 “조선 경기가 곧 턴어라운드(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며 회생 가능성에 무게를 두자 현지에서는 근거 없는 낙관론이 팽배해졌다고 한다.
GM 군산공장과 성동ㆍSTX조선 처리가 정치적 난제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선거를 의식해 구조조정 원칙을 포기하는 지원이야말로 최악이다. 특히 외환위기 전야 기아차 처리를 두고 그랬던 것처럼 기업 구조조정이 또다시 정치에 휘둘려 ‘결정 장애’를 일으켜서는 안 된다.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당장 구조조정 원칙부터 명확히 밝히는 게 옳다. 지원을 하더라도 기업의 지속 가능성, 장기 경쟁력 비전, 기업과 근로자들의 회생 노력 등이 설득력 있게 확인돼야 한다는 점 말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정부는 단호히 아픈 결단을 각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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