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지 황제’ 로흐, 악마의 커브 실수로 5위
‘크로스컨트리 철녀’ 비에르옌 은메달
바이애슬론 쿠즈미나 13위 “재기에 만족”
밴쿠버, 소치에 이어 평창에서까지 두 어깨에 금메달 부담을 짊어졌던 이상화(29)는 결국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32)에게 왕좌를 물려주고 말았다. 경기 직후 눈물을 흘린 이상화는 “소치올림픽 이후 4년간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다”면서 “올림픽 3연패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고 털어놨다.
어느 분야에서든 10여 년 간 정상을 지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신체 능력이 가장 중요한 운동 선수들이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올림픽에서 세 번이나 1위 자리에 오르기는 더더욱 어렵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3연패에 도전하던 많은 올림픽 강자들이 왕좌 수성에 실패하고 있다.
‘루지 황제’ 펠릭스 로흐(29ㆍ독일)는 작은 실수 하나에 올림픽 3연패가 물건너갔다. 남자 루지 3차 시기까지 줄곧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던 로흐는 4차 시기 ‘악마의 9번 커브’에서 잠시 흔들리는 바람에 종합 순위 5위로 내려앉았다. 국제루지경기연맹(FIL) 월드컵 랭킹포인트 1위에 올림픽 2연패에 빛나던 선수의 추락에 관중들은 모두 충격에 휩싸였으며, 로흐 본인은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3연패 실패를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로 받아들이는 선수들도 있다. 사상 첫 크로스컨트리 종목 3연패에 도전하던 노르웨이의 ‘철녀’ 마리트 비에르옌(38)은 15㎞ 스키애슬론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후 “나는 나이를 먹고 있고 젊은 선수들의 실력은 늘고 있다”며 “내가 이곳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것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밴쿠버, 소치에서 바이애슬론 여자 7.5㎞ 종목 금메달을 거머쥐었던 아나스타시야 쿠즈미나(34ㆍ슬로바키아)는 평창에서 13위에 그쳤지만, 면역 질환을 이겨내고 재기에 성공했다는 사실에 만족감을 표했다.
그 어려운 3연패를 해내는 선수도 있다. 반환점을 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유일하게 한 종목 3연패에 성공한 선수는 ‘빙속 황제’라 불리는 스벤 크라머(32ㆍ네덜란드)다. 크라머는 11일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에서 올림픽 신기록(6분9초76)으로 금메달을 따면서 밴쿠버, 소치에 이어 이 종목 3연패에 성공했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선수로서는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그는 경기 직후 한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3연패가 ‘큰 의미가 없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라며 “당연히 대단한 기록이고,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국가간 실력 차이가 많이 나는 아이스하키에서는 캐나다가 독주 중이다. 캐나다 여자 아이스하키 팀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때부터 금메달을 놓지 않아 이번이 벌써 5연패 도전이다. 캐나다 남자 아이스하키팀은 밴쿠버-소치에 이어 3연속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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