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유명 영화사 마블 스튜디오의 10주년 신작 ‘블랙팬서’가 개봉 5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설 연휴 극장가를 장악했다. 하지만 충무로 신작들의 집단 부진에 전체 극장 관객수는 지난해 설 연휴보다 크게 줄었다.
19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블랙팬서’는 설 연휴 나흘간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연휴 첫날인 15일에 56만3,862명을 불러모았고, 16일에 56만2,504명, 17일에 73만9,469명, 18일에 59만8,456명을 동원해 18일까지 누적관객수 309만7,791명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국 영화 트리오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조선명탐정3’)과 ‘골든 슬럼버’ ‘흥부’의 일일 관객수는 10만~20만명 수준에 불과했다. 설 연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씁쓸한 성적이다. ‘조선명탐정3’는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으나 하루 평균 20만명씩 연휴 나흘간 총 관객 89만7,710명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경쟁작보다 엿새 앞선 8일 개봉했음에도 18일까지 누적관객수 207만6,079명으로, 좀처럼 뒷심이 붙지 않는 모양새다. ‘블랙팬서’와 같은 날(14일) 개봉한 ‘골든 슬럼버’와 ‘흥부’도 누적관객수가 각각 98만2,689명과 32만2,370명으로 기대를 한참 밑돌았다.
한국영화의 부진은 시장 규모에도 영향을 미쳤다. ‘공조’와 ‘더 킹’이 쌍끌이 흥행을 했던 지난해 설 연휴와 비교해 관객수가 줄었다. 나흘간 총 관객수는 487만9,766명. 지난해 설 연휴 나흘간 총 관객수 583만2,208명보다 95만명가량 적다.
설 대목을 기대했던 극장들은 아쉬워하는 기색이 짙다. 멀티플렉스 극장의 한 관계자는 “‘블랙팬서’와 경쟁하면서 시장 규모를 키울 대항마가 없어 기대보다는 전체 관객수가 많지 않았다”며 “‘블랙팬서’ 말고는 전반적으로 한국영화 콘텐츠의 매력도가 관객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친 탓에 ‘설에는 한국영화를 본다’는 인식도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평창동계올림픽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또 다른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연휴가 상대적으로 짧아 여가 시간이 부족했지만, 콘텐츠만 좋다면 제한적인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극장 관람을 우선 순위에 둔다”며 “연휴에 가족과 문화 생활을 즐기려는 수요가 영화 외에 올림픽 중계방송으로도 분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극장 관계자들은 ‘블랙팬서’의 독주를 기정사실화하면서도 장기 흥행에 대해선 유보적인 견해를 보였다. 앞의 관계자는 “‘블랙팬서’의 흥행 속도가 고무적이기는 하지만 다른 흥행작들과 비교해 압도적이라 할 만큼은 아니다”라며 “‘블랙팬서’를 4월 개봉하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예고편 역할로 인지하는 관객들도 있어서 자체 생명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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