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덧은 건강한 임신의 상징이다. 하지만 심한 입덧은 태아 건강에도 적잖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정열 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팀이 2015년 1~6월 전국 4개 병원에 등록, 태아건강평가를 받고 있는 472명의 임신부를 대상으로 입덧 중등도 및 입덧 전후 삶의 질을 평가하는 다기관 공동 연구를 시행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조사 결과, 임신부 가운데 입덧을 경험한 비율은 80.7%(381명)였다. 대부분의 임신부가 입덧을 겪는 것으로 나타난 거이다.
입덧으로 나타나는 구역질 시간, 구토 횟수, 헛구역질 횟수를 점수화하는 평가에서는 적극적인 입원치료가 필요한 정도의 ‘중증(severe)’ 입덧을 하는 임신부가 7%, 치료가 필요한 ‘중간 정도(moderate)’가 63%였다. 의료진의 적극적인 개입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임신부가 생각보다 많은 셈이다.
입덧 증상만으로도 삶의 질이 떨어지며, 증상이 심할수록 정도가 급격히 악화된다는 사실도 조사 결과에서 확인됐다.
임신부에게 입덧 후 삶의 질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평가(임신 전을 10점으로 입덧 후 삶의 질을 1점 단위로 10~1점까지 평가)한 결과, 입덧이 심하지 않은 임신부들은 삶의 질은 임신 전의 70% 수준이라고 답했고, 중증 입덧을 경험했으면 50%까지 악화됐다.
입덧은 평균 6주 정도에서 시작해 임신 9주까지 최고로 심해졌다가 임신 14주쯤에 90%가 회복됐다. 하지만 14주 이후에도 10% 정도는 입덧이 지속됐다.
또, 이전 임신에서 입덧을 경험한 임신부가 입덧을 하는 확률이 그렇지 않은 임신부보다 11배 많았다.
한 교수는 “입덧은 일반적으로 건강한 임신을 의미하지만 중증 입덧은 영양상태 불균형으로 이어질 수 있고, 엽산제의 작용을 방해해 기형아 발생과 저체중아 출산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태아기의 영향 불균형은 성인기 당뇨병과 신경ㆍ정신발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입덧이 심하면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입덧을 잘 관리하려면 식습관을 바꿔 식사를 여러 번 조금씩 자주하거나 맵고 기름진 음식을 삼가고, 구토를 유발하는 냄새나 환경을 피하는 게 좋다.
입덧이 심해지거나 줄어들지 않으면 피리독신과 독시라민이 포함된 입덧약을 복용하는 게 도움이 된다. 탈수가 심해지고 체중이 계속 줄어든다면 수액과 약물을 이용한 적극적 입원치료가 필요하다.
연구결과는 대한산부인과학회가 발행하는 영문판 국제 학술지 ‘옵스테릭스 앤드 지네콜로지 사이언스(Obstetrics & Gynecology Science)’ 1월호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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