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500m서 37초33 은메달
동계올림픽 3연패 아쉽게 무산
18일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가 벌어진 강릉 오벌. 경기장을 가득 메운 한국 관중들은 레이스를 마친 이상화(29ㆍ스포츠토토)의 이름을 소리 높여 외쳤다.
기대했던 올림픽 3연패, 평창에서 금메달을 따는 데 성공하지 못했지만 관중들은 성치 않은 두 다리를 이끌고 지난 10년 동안 세계 최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빙속 여제’에게 환호를 보냈다. 이상화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쥔 채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그는 태극기를 들고 빙판을 한 바퀴 돌면서도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관중석에 앉은 이상화 어머니 김인순씨와 오빠 이상준씨 얼굴에서도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이상화가 마지막 동계올림픽에서 37초33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따며 ‘아름다운 피날레’를 장식했다. 미국의 보니 블레어(1988ㆍ1992ㆍ1994)에 이어 역대 올림픽 두 번째 500m 3연패 달성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이자 독일의 카린 엔케(1980 금, 1984 은, 1988 동)와 블레어에 이어 역대 3번째로 3개 대회 연속 포디움(시상대)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32)가 36초94를 기록하며 이상화가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2연패를 달성할 때 세운 올림픽 신기록(37초28)을 갈아치우고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일본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는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다.
고다이라 바로 다음인 15조 아웃코스에서 뛴 이상화는 첫 100m 스타트 구간을 10초20에 끊었다. 바로 앞서 뛴 고다이라의 10초26을 넘었고 자신의 이번 시즌 초반 베스트 기록인 10초26보다 빨랐다. 이상화도 경기 뒤 “빠르다는 걸 알았다. 세계신기록(2013년 12월ㆍ36초36)세울 때 느낌이었다”고 할 정도로 좋은 페이스였다. 그러나 막판 코너에서 삐끗하고 말았다. 그는 “이런 빠른 속도감이 오랜만이어서인지 마지막 코너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세기의 대결’을 펼치며 나란히 금, 은메달을 나눠 가진 이상화와 고다이라는 태극기와 일장기를 각각 들고 관중들에게 인사하다가 서로를 격려했다. 경기 직후 시상식에서도 이상화는 언제 울었냐는 듯 환한 미소로 시상대에 올랐고 우승을 한 고다이라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고다이라는 이상화에게 “너를 여전히 존경한다”고 말했다.
강릉=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