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인스키 남자 대회전
2위와 1초27 차이로 기록 압도
올림픽 무관 징크스 털고 2관왕
“오늘 금메달에 충분한 자신감…
2013년 세계선수권 더 어려웠다”
어깨 으쓱이고 목소리도 높여
기자들의 압박감 질문 쏟아지자
올림픽 첫 금메달을 위해 8년을 기다렸지만, 하나 더 추가하는 데엔 5일이면 충분했다. 무관의 징크스를 털어낸 마르셀 히르셔(29ㆍ오스트리아)가 분노의 질주를 펼치며 2018평창동계올림픽 2관왕에 올랐다.
히르셔는 18일 강원 평창군 용평 알파인센터에서 열린 대회 알파인스키 남자 대회전에서 1,2차 주행 합계 2분18초04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그는 은메달을 가져간 헨리크 크로스토페르센(32ㆍ노르웨이)보다 무려 1초27이나 빨리 결승선을 통과했다. 0.01초로도 메달 색깔이 갈리는 알파인 스키에서는 압도적인 차이다. 지난 13일 남자 복합경기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5일 만에 자신의 주 종목인 대 회전에서 또 다시 정상에 오르며 단숨에 2관왕 반열에 올랐다.
히르셔는 남자 알파인스키 최강자로 군림하며 세계선수권, 월드컵에서는 우승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우승 횟수가 55회에 달한다. 이는 잉에마르 스텐마르크(스웨덴ㆍ86승)에 이어 세계선수권에서 2013, 2015, 2017년 등 3개 대회 연속 2관왕에 오르며 금메달 6개를 획득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 전까지 올림픽 메달이 없어서 ‘무관의 제왕’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이날 2관왕을 차지한 그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홀가분했다. 올림픽 금메달을 따지 못 한 설움을 해소해서가 아니었다. ‘올림픽에만 나가면 작아지는 반쪽 짜리 스키 천재’라는 손가락질을 날려버릴 수 있어서였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선 그 동안 올림픽 무관에 그쳤던 그가 느꼈을 압박감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뤘는데, 그럴 때 마다 그는 지겹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히르셔는 “지난 13일 복합 경기에서의 우승은 놀라웠지만, 오늘 금메달은 충분히 자신감이 있었다”고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압박감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그는 2013년 세계 선수권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히르셔는 “2013년 세계선수권 대회 때 내가 받은 압박감에 비하면 이번 대회는 아무 것도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올림픽이 큰 대회인 건 맞지만 세계선수권대회를 가도 비슷한 환경”이라고 말했다. 국제규격의 경기장에, 올림픽과 똑 같은 경기 일정, 그리고 수 많은 취재진까지 선수로서 받을 중압감의 크기는 비슷하다는 뜻이다. 그는 “2013년 세계선수권 대회는 내 고향에서 자동차로 30분 떨어진 슐라드밍에서 펼쳐졌고, 오스트리아 홈 팬들의 기대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훨씬 압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회전과 팀 이벤트까지 2관왕을 차지했다.
끝으로 히르셔는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 기쁘긴 하지만, 선수가 마술을 부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항상 내가 가진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 할 뿐”이라고 말했다.
평창=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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