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서 총기 난사… 17명 숨져
“총기 규제 없인 계속 죽어갈 것”
학생들, SNS 통해 적극적 행동
다음달 14일 수업 거부 시위 계획도
17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 로더데일의 미 연방법원 앞. 10대 후반의 수 백 여명 청소년이 집회를 열었다. 사흘 전 총기난사 사고가 발생한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의 3학년 학생 엠마 곤잘레스는 기성 정치인들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아라”며 절규했다. 이에 집회 참석자들은 이를 복창했다고 CNN은 전했다. 집회 명칭은 ‘일어서라: 스톤맨 더글러스 학생들이 행동을 요구한다’다.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는 지난 14일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기 난사 사건이 벌이진 곳이다. 이 학교 학생들은 슬픔에 잠겨만 있지 않았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네버 어게인(Never Again) 캠페인을 벌이며 총기 규제를 촉구하는 행동에 나섰다. 곤잘레스는 집회 연설에서 “(총기 규제를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계속해서 죽어갈 것”이라며 미국총기협회(NRA)의 후원금을 받는 정치인들을 비난했다.
뉴욕타임스는 이같은 10대들의 목소리와 행동을 ‘총기 난사 세대(Mass Shooting Generation)의 절규’라고 전했다. 미국의 10대들은 1999년 4월 콜로라도주 컬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컬럼바인 총기 참사' 이후에 태어나,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총기 사고 대응 훈련을 배우고 자란 세대다. 당시 컬럼바인 고등학교 재학생 2명이 900여 발을 무차별 난사해 13명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어 미국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던졌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볼링 포 컬럼바인'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이후 수시로 총기 사고가 이어지는 환경에서 성장한 이들 세대는 부지불식간에 총기에 대한 공포를 안고 성장했다. 더글러스 고교 3학년생 델러니 타르는 “내 삶에서 '총기 난사'라는 단어를 몰랐던 시절은 아예 없었던 것 같다”면서 “이번에도 수 년간 학교에서 익힌 '코드 레드'(최고수위 경계태세) 행동 요령에 따라 움직였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총기대응훈련은 이들 세대에게는 일상과도 같다"면서 "이들은 컬럼바인 참사를 계기로 완전히 새롭게 짜인 시스템에서 자라났다"고 설명했다.
이들 세대가 성인 문턱에 접어들면서 총기 사건의 방관자가 아니라 당사자로 임해 적극적으로 총기 규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다른 지역의 학생들도 더글러스 고교 학생들과 연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컬럼바인 총기 사건 당시 생존자였던 오스틴 유뱅크씨는 “당시에는 행동에 나선 이가 아무도 없었다. 나도 그저 혼자만 있고 싶었는데 심한 ‘트라우마’를 겪었다”면서 “당시와 비교하면 뚜렷한 변화다”고 말했다.
USA 투데이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학생들은 집단적으로 수업 거부 시위도 준비하고 있다. 플로리다 총기 난사 사건 발생 정확히 한 달 뒤인 3월 14일 오전 10시 학교 밖으로 나와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총기 규제 강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벌써 2만 2,000명의 학생들이 참여를 약속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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