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 모여 회의 열었지만
정부도 뾰족한 대책 없어 긍긍
미국이 수입 철강ㆍ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이제까지 중 가장 강력한 보호무역 조치 발동을 추진하고 있어, 국내 철강업계가 위기감에 휩싸였다. 미 정부는 최근 잇따라 세탁기ㆍ태양광 패널 등 한국 수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데 이어, 국내 모든 철강 수출품에도 ‘관세 폭탄’을 안기려 하는 것이다. “미국 수출 길이 사실상 막힐 수 있다”는 우려에 정부와 철강업계 최고경영자가 설 연휴인 17일 모여 대책회의를 가졌으나, 별다른 대응책이 없는 실정이다.
미국 상무부는 16일(현지시간)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른 철강수입 안보영향 조사 결과와 조치 권고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했다. 상무부 권고안은 ▦모든 국가의 철강제품에 최소 24%의 관세 추가 부과(1안) ▦한국ㆍ중국ㆍ인도 등 12개국의 철강제품에 최소 53%의 관세 추가 부과(2안) ▦지난해 대미 수출액의 63%까지만 철강제품의 수출 허용(3안) 등 3가지로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권고안을 검토해 오는 4월 11일까지 최종 조치를 결정할 예정이다.
미국의 한국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는 총 40건인데 이중 28건(지난 5일 기준)이 철강ㆍ금속 제품에 집중되고 있다. 국내 철강업체 관계자는 “이미 미국 수출 국내 철강제품 중 80%에 반덤핑ㆍ상계관세가 부과되고 있다”며 “2안으로 결정될 경우 경쟁국 보다 수출가격이 크게 올라 사실상 미국에 철강을 수출할 길이 막히게 되며 피해액이 연간 수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2안에는 미국에 최대 수출국인 캐나다나, 국내 업체와 경쟁관계인 일본ㆍ독일 등이 포함되지 않아 타격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내 철강제품의 대미 수출액은 34억800만달러(약 3조6,770억원)였다. 지난달 미국 정부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으로 인한 삼성ㆍLG 세탁기의 대미 수출 피해는 약 1조원 안팎으로 추산됐다.
또 다른 철강업체 관계자는 “무역확장법 제232조는 결정 즉시 효력을 갖게 되기 때문에 대비할 시간도 부족해 수출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덤핑 관세 부과조치의 경우 미국 상무부의 예비판정 이후 대상 업체들에서 이의제기 등을 받고 1년 정도 조사기간을 거쳐 관세율을 최종 결정한다. 그만큼 대비할 시간이 있다. 지난해 국내 철강제품의 전체 수출량(3,168만4,174톤) 중에서 미국 시장 비중은 11%(355만338톤)였다.
정부는 17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서울 강남구 한국기술센터에서 민관 합동 대책 회의를 열었다. 설 연휴임에도 권오준 포스코 회장, 강학서 현대제철 사장, 임동규 동국제강 부사장, 이순형 세아제강 회장, 김창수 동부제철 사장 등이 참석했다. 민관은 이 자리에는 최종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미국 정부, 의회, 업계 등에 대한 접촉 노력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시나리오별 파급효과를 정밀 분석해 국내 철강업계의 피해를 최대한 줄일 방안을 적극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칼자루를 미국이 쥐고 있어 처분만 기다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