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원심과 같은 징역 2년 선고
부부싸움 후 5살 난 아들을 93분간 차 안에 방치한 채 마사지 업소에서 잠을 잔 6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고법 춘천 제1형사부(김재호 부장판사)는 미성년자 약취 및 아동복지법(아동학대)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60)씨의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은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또 A씨에게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4월 24일 일어났다. 춘천에 사는 A씨는 이날 오전 양육비 등을 달라는 아내의 말에 화가 난 A씨는 “3일간 애들을 못 볼 줄 알아라”고 하면서 아내를 폭행했다. 그는 이어 자신의 차량에서 잠이 든 큰 아들(9)과 작은 아들(5)을 다른 곳으로 가려다 아내의 제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큰아들은 차에서 내렸지만, 차량 문이 열린 상태에서 A씨가 차를 출발시키는 바람에 작은아들은 내리지 못했다.
A씨는 사건 당일 오전 5시 52분쯤 자신의 집에서 1.4㎞ 떨어진 골목길에 차량을 주차한 뒤, 뒷좌석에서 잠이 든 작은 아들을 차에 둔 채 인근 마사지 업소로 들어갔다. 아내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A씨를 긴급 체포한 오전 7시 35분까지 약 93분간 작은 아들은 차에 방치됐다. 체포 당시 A씨는 마사지를 받고서 잠이 든 상태였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아내와 다투면서 극도로 흥분된 상태였고 날이 밝은 후 아들을 데려다 주려 했다”며 “뒷좌석에서 잠을 자는 아들을 둔 채 마사지 업소로 들어간 행위로 인한 정신 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구체적 위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실질적으로 자녀를 보호ㆍ양육하는 아내의 뜻에 반해 차량을 출발시켜 아들을 태우고 간 것으로 미성년자 약취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이어 “차에서 잠이 든 아들이 깨어나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놀라거나 정신적 충격을 받을 수 있다”며 “아들을 2시간 가까이 차에 혼자 두고 마사지 업소에 들어가 잠을 잔 행위는 아동학대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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