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3시. 서울 방향 중부내륙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예상 진행경로에 빨간 표시가 처음으로 떴다. 전방 4㎞ 앞 문경새재 부근부터 영동고속도로 진입 구간까지 10㎞ 이상 정체가 심하다는 알림이다. 이후 경로를 드래그 해 보니 동서울 톨게이트까지 거의 모든 고속도로가 주황색(지체)이거나 붉은 색이다. 최대한 정체를 피하기 위해 차례 후 음복도 간단히 하고 졸려 하는 아이를 억지로 태우고 부랴부랴 귀경길에 나섰던, 나름의 원대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이다.
이 때 갑자기 내비게이션에 ‘실시간 경로를 재검색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떴다. 이후 내비게이션은 정체구간 직전에 있는 문경새재 인터체인지(IC)로 진입하라고 안내한다. 도시 간 자동차전용도로와 국도와 지방도를 병행해 정체 고속도로를 피하라는 취지다. “초행길인 문경시 내로 들어갔다가 더 헤매는 것은 아닐까” 걱정을 하면서도, 도착 시간이 40분 이상 줄어든다는 강력한 유혹을 떨치지 못했다. 차선을 바꾸고 문경새재IC로 진입하는 순간, 앞 뒤로 차량 5~6대가 비슷하게 동선을 같이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들 차량은 모두 똑같은 국도를 달려 강력한 정체구간을 모두 우회한 뒤 감곡IC로 비슷한 시간에 진입했다.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설 연휴 기간 국도를 이용하는 차량이 늘고 있다. 과거 내비게이션들이 이미 입력된 정보에 단순하게 고속도로 교통량 정도만 반영해 경로를 안내한 것과 달리, 이동통신사 3사 및 IT업체들이 최근 몇 년 간 제공 중인 스마트폰 내비게이션들은 빅 데이터 분석과 과거 연휴기간 교통량 통계, 실시간 트래픽 모니터링 결과 등을 반영해 국도를 포함한 다양한 이동 경로를 안내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 가입자는 ‘T맵’, KT와 LG유플러스 가입자는 ‘원내비’를 이용할 수 있는데, 이들 내비게이션은 모두 최적길 검색 서비스를 통해 국도로 우회하는 길을 제시한다. 카카오톡으로 접근성이 높은 ‘카카오 내비’도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부도 교통량 분산을 위해 국도 우회정보 제공에 적극적으로 나선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고속도로 및 국도 교통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폰용 무료 앱(고속도로 교통정보ㆍ통합교통정보)과 국토교통부 누리집(www.molit.go.kr), 국가교통정보센터(www.its.go.kr), 한국도로공사 로드플러스(www.roadplus.co.kr), 종합교통정보안내(1333) 및 고속도로 콜센터(1588-2504)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도로공사는 교통전문가로 구성된 교통예보팀을 운영, 고속도로 주요 구간의 소요시간 예측 등의 정보를 교통방송 등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또 도로공사는 스마트폰으로 교통정보를 취득하는 비중이 점차 증가하는 점을 감안해 로드플러스 인터넷 용량을 1,500MB(시간당 33만 명 동시접속)에서 1,950MB로 증설하여 시간당 42만 명이 동시 접속 가능토록 했다.
IT기술의 발달로 현실화된 국도 경유의 효용성도 일부 입증되고 있다. 17일 도로공사와 민간업체 등에 따르면, 설 연휴 기간 경부고속도로 신갈JC~신탄진IC 구간이 정체될 경우 17번 국도를 우회 이용하면 1시간 가량 운행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해안고속도로 시흥시청~서평택IC 구간이 막히면 39번 국도→82번 국도→77번 국도를 이용하면 마찬가지로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영동고속도로의 경우, 상습 정체 구간인 서창JC~원주IC가 막힐 경우 서울외곽순환도로→42번 국도를 이용하면 1시간 20여분을 절약할 수 있으며, 중부고속도로 하남JC~서청주IC가 막힐 경우 45번 국도→17번 국도를 이용하면 50분을 아낄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합동 특별교통대책본부 관계자는 “시간대와 정체 수준에 따라 단축 시간의 변동이 있지만, 적절히 국도를 이용하면 고속도로만 주행하는 것보다 빨리 귀경을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스마트 내비게이션이 국도 경유 안내 서비스를 제공한 최근 몇 년 사이 평상 시에는 교통량이 거의 없는 군 단위 IC가 설 명절만 되면 이용량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도로교통공사 상황실 관계자는 “지난 해 추석에 이어 이번 설에도 고속도로 통행료가 면제되면서, 정확한 교통량 비교 통계는 연휴 뒤에나 나올 것”이라면서도 “15~16일 전국 주요고속도로 상황실 모니터 결과, 경부고속도로의 신탄진ICㆍ영동고속도로의 문막ICㆍ중부고속도로의 대소ICㆍ서해안고속도로의 해미IC 등을 통해 국도를 이용하려는 차량이 증가하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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