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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 이재민들 설날 대피소에서 합동차례에 세배까지

입력
2018.02.1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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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부디 지진만 없게 해달라 빌어”

잇단 여진에 체육관도 곳곳 균열…포항시 정밀점검

[저작권 한국일보]경북 포항지진 이재민이 설날 아침 임시대피소인 포항흥해실내체육관 앞 마당에 마련된 합동차례상에서 차례를 지내고 있다. 포항=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경북 포항지진 이재민이 설날 아침 임시대피소인 포항흥해실내체육관 앞 마당에 마련된 합동차례상에서 차례를 지내고 있다. 포항=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경북 포항지진 이재민들은 설날에도 고향이나 집에 머물지 못하고 임시대피소인 포항 흥해실내체육관에서 합동 차례를 지내며 설 명절을 보냈다.

이재민들은 16일 오전 11시 체육관 앞 마당 천막 쉼터인 ‘만남의 광장’안에 차려진 차례상에 뒤로 줄을 서 기다리며 한 사람씩 절을 했다. 이날 차례상은 흥해청년회가 준비했고 제사용품과 음식, 술 등이 넉넉하게 마련됐다.

남중호(71)씨는 “마음이 편하지 않지만 이렇게라도 차례를 지낼 수 있게 돼 다행이다”며 “조상님께 새해는 부디 지진만 없도록 해달라 말씀 드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재민 대다수는 잠깐 집으로 돌아가 차례를 지내고 체육관으로 돌아왔다.

박모(여ㆍ61)씨는 “직접 만들진 못하고 전날 흥해시장에서 구입한 음식 몇 가지를 차린 뒤 간단하게 절만 하고 왔다”며 “혹시 지진이 날까 덜덜 떨리는 다리를 붙잡고 겨우 지내고 왔다”고 말했다.

차례를 지내지 않는 이재민도 더러 있었다. 이모(58)씨는 “삶이 모두 망가졌는데 무슨 차례를 지내느냐”며 “명절 기분도 나지 않고 불안한 마음이라 조용하게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몇몇 이재민은 함께 체육관에서 생활하는 동네 이웃들과 세배를 하기도 했다.

[저작권 한국일보]경북 포항지진 이재민들이 설날 아침 임시대피소인 포항흥해실내체육관에서 이웃을 찾아 세배를 하고 있다. 포항=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경북 포항지진 이재민들이 설날 아침 임시대피소인 포항흥해실내체육관에서 이웃을 찾아 세배를 하고 있다. 포항=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흥해체육관은 지난해 11월 15일 5.4지진 직후 800명이 넘는 이재민이 몰렸다가 지진이 잦아들면서 이달 초 71가구, 114명까지 줄었다. 하지만 지난 11일 4.6의 지진이 발생하자 다시 수 백 명이 몰렸고 현재 189세대, 397명이 지내고 있다.

흥해체육관도 5.4지진과 계속된 여진으로 벽체 곳곳에 균열이 생기는 등 건물 안전에 위험 징후가 발견되고 있다. 흥해체육관은 연면적 2,780여㎡인 2층 건물로 2003년 4월 준공했다. 당시 '6층 이상 또는 연면적 1만㎡ 이상'인 내진 설계 의무 기준에 못 미쳐 당연히 내진 설계를 하지 않았다. 작년 11월 15일 규모 5.4 강진이 발생한 뒤 계속된 지진으로 건물 옥상 외벽 패널이 분리됐고 내부 천장을 받쳐주는 철제 구조물 일부가 휘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포항시 최웅 부시장은 "작년 지진 때 안전에 이상이 없어 이재민을 수용했는데 이번 지진으로 구조물이 휘어져 자칫 사고 위험이 크다"며 "다시 지진이 올 수도 있어 사고에 대비해 이른 시일 안에 이재민을 옮긴 뒤 정밀 안전진단을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포항=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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