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썰매황제’에 등극한 윤성빈(24ㆍ강원도청).
그는 고교 3학년이던 2012년 7월 스켈레톤을 시작했다. 당시 신림고 김영태(59ㆍ현 관악고 교사) 교사의 권유가 결정적이었다.
김 교사는 “제자리 점프를 시켰더니 3m가 넘는 농구 골대 링을 어렵지 않게 잡는 등 순발력이 탁월했다”면서 “우리나라 ‘설상 대부’인 강광배 한국체대 교수에게 추천했다”고 회고했다. 강 교수에게 지도를 받은 윤성빈은 스켈레톤 입문 두 달 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당시에는 우리나라에 썰매 트랙이 없어 평지에서 달리다가 썰매에 올라타는 스타트가 좋으면 일단 국가대표로 뽑힐 수 있었다. ‘운’도 따랐던 셈이다. 윤성빈은 “대표 선발전에 2번 실패하고 3번째가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도전했는데 합격했다”라고 말했다.
윤성빈은 2012년 11월 8일 처음 공식 대회(북아메리카컵 1차 대회)에 출전했다. 이날은 조종은커녕 꼼짝도 못하고 썰매에 끌려 내려왔다. 순위는 23위. 하지만 8일 뒤 열린 2차 북아메리카컵 대회에서는 참가선수 25명 중 15위로 순위로 상승했다. 타고난 소질이 발휘된 순간이었다.
하지만 2014년 생애 처음 출전한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참가선수 27명 중 16위에 그쳤다. 당장 포기해도 누가 뭐랄 사람이 없었지만 윤성빈은 자신을 다그쳤다. 그렇게 피나는 훈련을 거듭한 그는 2017~18시즌 7번의 월드컵대회에서 금메달 5개와 은메달 2개를 획득해 이 종목 세계 1위에 올라 금메달을 예약했다.
전 세계 스켈레톤 선수 중 평창 슬라이딩센터를 자신보다 잘 아는 사람이 없다며 자신만만했던 윤성빈은 민족의 명절 설날, 드디어 ‘아이언맨’에서 ‘썰매황제’로 화려하게 등극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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