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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폴폴’ 고속도로 휴게소, “담배 그만” vs “흡연구역 확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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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폴폴’ 고속도로 휴게소, “담배 그만” vs “흡연구역 확충을”

입력
2018.02.1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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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31년째 흡연중인 최모(51)씨는 귀성길 고속도로 휴게소 주차장에서 담배를 꺼내 들다 아내와 실랑이를 벌였다. “흡연구역이 아닌 곳에서 피우지 말라”는 아내 핀잔에 “서너 시간을 참았는데, 구석에서 한 대 피울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반박을 하면서다. 별도 흡연실이 보이지 않는 휴게소 주차장 가장자리 등엔 애연가들이 삼삼오오 모여 ‘암묵적 흡연구역’을 만든 상태였다. 최씨는 15일 “비흡연자를 고려해야 한다는 데 동의는 하지만, ‘흡연권 제약’은 가혹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푸념했다.

본격 귀성행렬이 시작되면서 고속도로 휴게시설(졸음쉼터 등 포함)에선 이따금씩 ‘담배 피울 권리’를 놓고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고속도로 휴게시설 및 부속시설은 국민건강진흥법에 따라 주차장을 제외한 시설 전체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흡연구역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탓이 크다. 지난해 고속도로 휴게시설 345곳 중 흡연실을 갖추지 않은 곳은 55.1%(190곳)에 달했다. 휴게시설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충청북도만 해도, 123곳의 휴게시설 중 82.9%(102곳)가 흡연실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흡연시설이 설치된 휴게시설은 고작 19곳(15.4%)이라고 한다.

지난 2012년부터 고속도로 휴게시설이 전체 금연구역으로 지정됐음에도 흡연시설이 부족한 이유는 흡연실 설치가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란 게 업계 얘기다. 자칫 부실하게 설치했다간 지방자치단체의 시정명령을 받을 수 있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과태료까지 부과돼 구태여 흡연 장소를 마련할 유인이 없는 실정이라고 한다. 이는 흡연자들이 비흡연자의 눈총을 받아가며 ‘암묵적 흡연구역’을 만들게 되는 이유가 된다. 애연가 김광태(59)씨는 “흡연자 입장에선 휴게시설에서 담배를 못 피운 다는 건 상당한 고통으로 다가온다”며 “비흡연자에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선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물론 이런 애연가들의 불만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남에게 피해만 주는 흡연자의 권리를 왜 보장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직장인 문모(33)씨는 “금연정책 자체가 흡연 비율을 줄여 국민의 보편적인 건강을 높이려고 하는 정책인데, 흡연권을 요구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주부 정모(32)씨도 “임산부들 입장에선 간접흡연에 상당히 예민한 만큼 흡연구역 외에선 담배를 피우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단속기준만 마련해놓고, 정작 제대로 된 단속이 이뤄지지 않아 흡연권 갈등을 부추긴단 지적도 나온다. 15일 국가금연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고속도로 휴게시설 흡연 단속을 통해 부과된 과태료는 전혀 없었으며, 34건의 주의·지도가 전부였다. “흡연권을 보장한 뒤, 철저히 단속하면 양쪽의 불만은 크게 줄어들 것”이란 게 흡연권 논란을 바라보는 시민들 시선이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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