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숀 화이트 올림픽에서 세 번째 금 따내 스노보드 사상 최고 기록 .
엎치락뒤치락 마지막까지 승부를 예측할 수 없었다. 하프파이프의 ‘황제’ 숀 화이트(32ㆍ미국)와 ‘신예’ 히라노 아유무(20ㆍ일본), 그리고 ‘빨간 장갑’ 스코티 제임스(24ㆍ호주)까지 세 선수 모두 메달은 확보했지만 메달 색깔은 2차 런이 끝났는데도 결정되지 않았다. 황제가 1차 런에서 1위로 치고 나갔지만, 히라노가 2차 런에서 단숨에 1위로 뛰어올랐다. 세계랭킹 1위 제임스 역시 기복 없는 기량을 뽐내며 둘을 위협했다.
숀 화이트는 마지막 3차런에서 맨 마지막 주자로 나섰다. 조금의 실수라도 나온다면 8년을 기다려온 3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히라노에게 넘겨줘야 하는 상황.
하지만 역시 황제는 황제다웠다. 최고의 압박감 속에서 2차 시기 꺼내 든 필승의 루틴을 성공시켰고, 97.75의 완벽 연기로 올림픽 세 번째 금메달을 따냈다. 스노보드 세부종목을 통틀어 올림픽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딴 것은 숀 화이트가 유일하다.
숀 화이트는 14일 강원 휘닉스스노파크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최종 점수 97.75점을 기록, 우승을 차지했다. 2006년 토리노와 2010년 밴쿠버에 이어 3번째 금메달이다.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는 착지 실수로 4위에 그쳤다.
히라노(95.25점)는 간발의 차로 은메달을, 제임스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숀 화이트는 경기 후 감격의 눈물을 보이며 “잘 탔다고 생각한다. 이젠 고개를 높이 들고 당당하게 나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루틴(전체 기술 구성) 자체는 히라노가 더 탄탄히 준비돼 있었다. 총 5개의 히트(점프 후 공중 기술) 중 1번째 히트에서 기본 기술로 추진력을 얻은 뒤 2히트에서 프런트사이드 더블콕 1440, 3히트에서 욜로(YOLO)플립을 선보였다. 이후 4,5히트에서는 프런트사이드 더블콕 1260과 백사이드 더블콕 1260으로 마무리했다. 특히 3히트의 욜로플립은 ‘일생에 한 번 뿐(You only live once)’이라는 뜻이 함축하듯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현존 최고 난도의 기술로 꼽힌다.
반면 황제의 첫 번째 연기는 다소 평범했다. 프런트사이드 1440→캡더블 1080→프런트 사이드 540→더블맥트위스트 1260→프런트사이드 1260으로 평소에 자주 선보였던 루틴이었다. 무리한 연기보다 익숙한 안정감을 선택한 것.
하지만 황제는 2차 런에서 갑자기 루틴을 바꿨다. 먼저 연기한 히라노가 자신의 1차 점수를 훌쩍 넘어섰기 것이다. 조성우 한국일보 스노보드 해설위원은 “숀 화이트가 상상 속에만 머물던 루틴을 현실에 꺼내 들었다”라며 “준비된 루틴이라기보단 즉석에서 바꾼 것 같다”고 분석했다.
황제의 새 루틴은 파격적이었다. 1,2 히트에 어려운 기술인 백투백 1440을, 4,5히트에 백투백 1260을 과감하게 포진시켰다. 1히트에 높이를 확인하며 숨을 골랐던 히라노와 다른 점이다. 여기에 숨을 죽이며 쉬어가야 할 3히트에서도 540도 회전 기술을 선보였다. 숀 화이트가 최근 5~6년간 각종 X게임은 물론 국제 대회에서 한번도 선보이지 않은 루틴이었다. 점프 높이도 5.7m에 달했다.
하프파이프 출전 선수들은 히트 시 점프 높이를 측정하기 위해 센서 칩을 무릎에 차고 연기하는데 이번 평창올림픽부터 처음 도입된 시스템이다. 조성우 위원은 “위기에 몰린 황제가 히라노를 이길 방법은 이것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제는 위기에서 극한의 방법을 찾아내는데 성공했고, 2차 시기에서 새 루틴을 시험 가동해 2번 만에 완성했다.
평창=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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