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게스트하우스에 투숙한 20대 여성 여행객이 살해당한 뒤 유기됐지만 경찰이 허술한 초동 수사로 눈앞의 범인을 놓치는 어이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7일 혼자 제주관광에 나선 20대 여성이 9일 귀가하지 않자 가족들이 다음 날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은 신고 접수 25시간 뒤인 11일 게스트하우스와 담 하나를 사이에 둔 폐가에서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 수색이 형식적이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경찰은 게스트하우스 관리인을 조사했음에도 이 관리인이 종적을 감춘 뒤에야 현상 수배를 하는 등 초동수사에 허점을 드러냈다. 더구나 수배된 관리인은 지난해 7월 해당 게스트하우스에서 술에 취한 여성 투숙객을 성폭행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돼 재판을 받는 중이었다. 오래 전 타지역에서 일어난 사건도 아닌데 해당 지역 경찰이 관리인의 이런 전력조차 모른 채 그에게 피해자 동선만 묻고 지나치는가 하면 별다른 신병 확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니 기가 막히다. 덕분에 용의자인 관리인은 제주공항 면세점에서 쇼핑까지 즐기며 유유히 제주를 빠져나갔다가 나흘만인 14일 숨진 채 발견됐다. 이러고도 경찰이 수사권독립 운운할 수 있는지, 수사ㆍ행정ㆍ지방경찰로 쪼개져도 민생치안 전선에 이상이 없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제주 관광객 상당수가 게스트하우스를 애용하고 나홀로 여성 관광객도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허술한 제주 치안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청의 2016년 광역지자체별 5대 강력범죄(강간 강도 방화 살인 유괴) 발생 건수를 보면 제주가 인구 1만명당 158건으로 수년째 1위다. 성범죄 발생 건수는 2015년 437건으로 5년 사이 30% 이상 늘어났다. 2012년 올레길 살인 사건, 이듬해 발생한 펜션 여주인 살인 사건은 지금도 기억에 선명하다.
이번 기회에 제주도 내 3,500개에 이르는 게스트하우스 등 민박업소의 안전관리에 문제가 없는지 짚어 봐야 한다. 게스트하우스는 다른 숙박업소와 달리 공동시설을 이용하며 투숙객끼리 자유롭게 어울릴 수 있는 매력이 있다. 하지만 이런 환경은 범죄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처럼 비거주 소유주가 인터넷으로 채용한 인력이 관리를 하는 업소에 대한 세밀한 점검도 필요하다. 한편으론 이번 사건이 게스트하우스 기피 현상을 촉발하거나 제주 관광업에 타격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뜩이나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위축된 제주 경제에 주름이 가지 않게 지자체와 경찰이 안전대책을 서둘러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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