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서 격리시키는 시설일 뿐
집에 있고 싶은 노인 욕구 무시”
“핵가족화로 돌볼 사람 적고
가족 부담에 방임 우려” 반론도
그 동안 가족이 오롯이 져왔던 치매 노인의 부양 부담을 국가가 나누겠다는 ‘치매 국가책임제’. 정부가 그 일환으로 대형 노인 요양시설을 대폭 늘리기로 한 것을 두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노인들을 사회에서 격리한 뒤 한 곳에서 단체로 모시는 것은 인권과 안전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과, 가족 부담을 고려하면 시설 확충은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맞붙고 있다.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치매 국가책임제의 일환으로 올해 전국에 32곳의 치매안심형 입소시설, 즉 치매 노인을 위한 공립 요양시설(요양원)을 신설할 계획이다. 지금도 치매 노인을 수용할 수 있는 요양시설이 있지만, 치매노인만을 위한 특화된 치매전담형 요양시설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2022년까지 매년 32곳씩 총 160곳의 공립 요양원을 만들 계획이며, 한 곳당 정원은 평균 70명으로 정해졌다. 이렇게 되면 총 1만1,200명의 치매 노인이 추가로 요양원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좋은 취지에도 논란이 되는 건 “치매정책의 우선 순위를 노인을 사회에서 격리하는 시설을 늘리는 데 두는 것이 맞느냐”는 비판이 적지 않아서다. 치매노인을 시설에 맡기려는 비율이 안 그래도 증가하는데 시설을 더 늘리려는 건 정부가 ‘제2차 장기요양기본계획’에서 밝힌 ‘지역사회 중심의 노인 돌봄 원칙’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비교적 경증인 노인장기요양보험 3~5등급 노인 중 시설입소 비율은 2010년 12.2%에서 지난해 22.8%로 7년 만에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시설 반대론자들은 노인을 원래 살던 집에 모시며 요양보호사가 돌봐주는 재가(在家) 서비스를 대폭 확대하고 지역사회를 치매노인 친화적으로 바꾸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는 “요양원 등 시설 확대는 살던 곳에 계속 머무르고 싶어 하는 노인의 욕구를 무시한 보여주기 식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더구나 사고 대응에 취약한 치매노인들을 한 시설에 수용할 경우 안전 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달 26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에서 드러나듯, 피난 약자인 치매 노인 등을 집단 거주시키는 환경에서는 아무리 예방을 잘 해도 안전 사고 시 다수의 피해자가 생길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 “가족의 부양 부담을 덜 수 있는 소규모 그룹홈, 일본의 치매 안심마을 등 다양한 탈 시설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는 반론 역시 적지 않다. 핵가족화로 노인을 돌볼 가족 수가 적고 우리나라는 특히 노동시간까지 길어, 치매 노인을 낮 시간 동안 요양보호사가 돌봐 준다 해도 밤 시간의 가족 부담은 여전히 남는다는 것이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중증 치매 환자는 요양시설이나 요양병원의 요양보호사, 간호사들이 모시는 것이 훨씬 전문적”이라면서 “이론적으로는 탈 시설화가 맞을 지 몰라도 현실적으로는 시설을 어느 정도 늘려가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윤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장기요양연구팀장도 “치매 노인을 가정 내에서 모실 때 노인 방임이나 학대, 심하면 동반 자살까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성택 기자 hig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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