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신동빈 일본롯데홀딩스 대표 사임ㆍ해임을”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재점화
신동빈 회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면서 롯데그룹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됐다. 롯데그룹은 황각규 부회장과 4개 사업군(BU) 장을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체제를 출범시키고 혹시 모를 경영권 분쟁에 대비해 조직 안정화 작업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동생인 신동빈 회장이 구속되자 일본 광윤사 대표 자격으로 입장 자료를 내고 ‘신동빈 회장의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직 사임과 해임’을 요구했다. 신 회장은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과 함께 일본롯데홀딩스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입장 자료에서 “한일 롯데그룹의 대표자 위치에 있는 사람이 뇌물 등의 범죄행위로 수감되는 것은 우려되는 사태”라며 “신 회장의 즉시 사임과 해임은 롯데그룹에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광윤사는 한국 롯데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단일 최대주주(28.1%)다. 반면 신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은 1.4%에 불과하다. 하지만 2, 3대 주주인 종업원지주회(27.8%)와 임원지주회(6%) 등이 신 회장을 지지하고 있어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권을 장악했다.
재계에서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 회장 구속을 계기로 경영권을 다시 차지하려는 움직임에 시동을 걸었다고 보고 있다. 일본 재계에서는 경영진이 비리 혐의로 구속되거나 실형을 받으면 책임을 지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관례에 따라 종업원지주회가 신동빈 회장에 대한 지지를 거둘 경우 창업주 장남이자 단일 최대주주인 광윤사를 장악하고 있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경영권을 다시 차지할 가능성이 생긴다.
하지만 종업원지주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쓰쿠다 사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과 사이가 좋지 않아 종업원지주회가 신동주 전 부회장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많다. 재계 관계자는 “쓰쿠다 사장은 신동주 전 부회장을 등지고 신동빈 회장을 지지했던 경험이 있어 신 전 부회장과 다시 뭉치기 어렵다”며 “만일 신동빈 회장에 대한 지지를 거둔다면, 일본인 경영진이 독자적으로 한국 롯데 경영권을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경영권 분쟁 조짐이 일고 있는 가운데 롯데그룹은 이날 임시 사장단회의를 개최하고 열고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위원회를 운영하기로 했다. 비상경영위원회에는 황 부회장과 민형기 컴플라이언스위원장, 4개 BU 부회장 등이 참여한다. 황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 구속에 대해 임직원, 고객,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을 안심시키고 정상적으로 경영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경영권 분쟁 재발 우려에 대해 롯데그룹 측은 “일본롯데홀딩스 주요 주주의 신 회장 지지는 변화가 없어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