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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빼고 몸 풀듯 스타트… 발톱 감춘 윤성빈

입력
2018.02.14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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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노출 막으려 연습 자제하다

의무 횟수 채우기 위해 첫 주행

분석관들, 악마의 9번 커브 집중

윤성빈 스타트 20위 하고도 2위

라이벌 두쿠르스는 6위에 그쳐

13일 강원도 평창군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남자 스켈레톤 연습경기에서 한국대표 윤성빈이 얼음을 가르며 질주하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13일 강원도 평창군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남자 스켈레톤 연습경기에서 한국대표 윤성빈이 얼음을 가르며 질주하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3ㆍ4차 공식훈련이 진행된 13일 오후 강원 평창군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 각종 국제 대회에서 자주 만나 안면이 익은 각국 분석관들은 여느 때처럼 트랙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 꽃을 피웠다. 선수와 코스 정보를 교환하는 등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도 이들은 손에 쥔 스타트 명단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스켈레톤 세계랭킹 1위 윤성빈(24)이 처음으로 훈련에 참가하는 날이기 때문. 전력 노출을 피하기 위해 지난 7일부터 시작된 4차례 연습 주행은 물론 전날 진행된 1ㆍ2차 공식 훈련에서도 모습을 감췄던 윤성빈은 국제연맹이 정한 공식 훈련 의무 참가 횟수(2회)를 채우기 위해 경기장에 나타났다.

전체 30명 중 20번째로 윤성빈의 이름이 불리자 슬라이딩 센터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황제 대관식’ 리허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분석관들은 녹화 버튼을 누르고 시선을 트랙에 고정했다. 윤성빈의 강력한 라이벌 마르틴스 두쿠르스(34)의 고국인 라트비아 분석관들은 정확한 영상을 찍기 위해 태블릿 컴퓨터에 손 떨림 방지 장치를 다는 등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들은 2번, 4번, 9번, 13번 커브 등 주요 코스 곳곳에서 윤성빈의 주행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현미경 분석을 시도했다.

분석관들은 ‘악마의 커브’라고 불리는 9번에 가장 많이 몰려들었다.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의 9번 커브는 회전각도가 10도 안팎으로 비교적 완만해 속도가 시속 100㎞정도로 떨어진다. 이 구간을 빠르게 통과하기 위해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벽에 부딪힐 위험이 있다. 전날 같은 트랙에서 있었던 남자 루지 경기에서 ‘황제’ 펠릭스 로흐(29ㆍ독일)가 9번 커브를 제대로 타지 못하고 5위로 추락하자 경각심은 더욱 높아졌다.

“50초81” 장내 방송으로 윤성빈의 기록이 흘러나오자 분석관들의 표정은 심각해졌다. 이들은 분석 내용에 대해선 극도로 말을 아꼈지만 윤성빈이 기록한 “81”이라는 숫자를 끊임없이 읊조리며 주행 영상을 돌려봤다. 연습주행이긴 하지만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두쿠르스는 51초41로 6위에 그쳤다.

윤성빈은 이날 날카로운 발톱을 감추고 훈련에 임했다. 출발할 때 힘을 빼고 달리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평소 윤성빈은 압도적인 스타트 실력을 과시하지만 이날은 스타트 기록이 5초01로 전체 20위에 머물렀다. 스타트 20위를 하고도 최종순위 2위에 오를 만큼 주행에서는 흠잡을 데 없었다. 윤성빈은 ‘첫 주행이 어땠느냐’는 질문에 “아직 모르겠다”며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한국팀 코칭스태프도 입을 꾹 닫았다.

평창=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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