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서 귀화한 한국 대표선수… 1차 주행 5위, 2차 7위에 당당히
12일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루지 여자 싱글, 독일 출신 귀화 선수 아일렌 프리쉐(26)가 스타트 하우스에 섰다. 크게 숨을 몰아 쉰 뒤 힘차게 도약한 그는 1차 주행에서 46초350으로 5위에 오르며 깜짝 선전했다. 2차 레이스에서는 46초456을 기록, 합계 1분32초806을 기록한 그는 독일, 루마니아, 라트비아 등 유럽 국기들로 수 놓인 톱10 명단 중 7번째 자리에 당당히 태극기를 꽂았다.
1992년 독일 잘란트주에서 태어난 프리쉐는 루지 세계 최강국 독일에서도 손꼽히는 재목이었다. 2012년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개인ㆍ단체적 2관왕에 오르며 특급 유망주로 떠올랐으나 두터운 독일 대표팀 벽을 뚫기란 쉽지 않았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직전까지 독일은 루지에 걸린 129개의 메달 중 75개를 쓸어갔다. 전 세계에 분포된 루지 공인 트랙 16개 중 4개가 독일에 몰려 있을 만큼 저변도 튼튼하다. 2014소치동계올림픽에서는 루지에 걸린 4개의 메달을 모두 휩쓸었다. 하지만 거기에 프리쉐의 이름은 없었다.
2015~16시즌을 앞두고 대표팀 승선을 다시 시도한 그는 이 마저 무산되자 결국 선수 은퇴를 결심했다. 다시는 트랙에 설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 때 의문의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한국 루지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던 독일 출신 슈테펜 자르토르(46)가 평소 그를 눈 여겨 보고 있다가 연락을 취한 것. 프리쉐는 10일 올림픽정보서비스(OIS)에 공개된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매우 당황해 거절했다.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올림픽에서 뛸 경쟁력 있는 선수가 필요했던 한국은 포기하지 않고 그를 설득해 결국 한국행 비행기에 태우는 데 성공했다. 2016년 11월 특별귀화를 통해 한국 국적 취득에 성공했고, 대한루지연맹은 그에게 1위를 하라는 뜻에서 ‘임일위’라는 한국 이름도 지어줬다. 귀화한지 1년 4개월이 흐른 지금 그는 “올림픽 이후에는 한국어도 더 열심히 배우며 한국 생활에 녹아 들고 싶다”고 의욕도 보인다. 한국 루지 역사상 최고 순위에 도전하는 프리쉐는 “나는 경기에 참가하는 그 어떤 선수보다 평창 트랙을 잘 알고 있다”며 “홈트랙 이점을 살려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평창=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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