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컬링 대표팀, 오늘 미국·스웨덴과 경기
“여자 팀이 부각되는 게 당연하죠. 저희는 아직 보여준 게 없으니까요.”
지난 달 30일 경북 의성 컬링훈련원에서 만난 남자 컬링대표팀 스킵(주장) 김창민(33)은 담담하게 현실을 인정했다.
한국 컬링의 선두 주자는 여자다. 2014년 소치올림픽 때 ‘컬스데이’라 불린 여자대표팀이 큰 화제를 모은 반면 남자는 출전도 못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도 여자 팀은 메달 후보로 거론되지만 남자 팀은 존재감이 크지 않다.
김창민과 리드 이기복(23), 세컨드 오은수(25), 서드 성세현(28), 후보 김민찬(31)으로 구성된 남자 팀이 지금의 모습을 다시 갖춘 건 1년이 채 안 된다. 김창민과 김민찬이 차례로 군대를 갔다가 2016년과 2017년 각각 전역했기 때문이다. 둘은 군대에 있는 2년 동안 스톤을 만져보지도 못했다. 휴가 때마다 컬링장으로 갔지만 감각을 유지하긴 역부족이었다. 김창민이 “컬링을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느낌”이라고 털어놓자 김민찬은 “난 아직도 적응 중”이라고 씁쓸히 웃었다.
그러나 이들은 지난 해 5월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해 평창행 티켓을 거머쥐는 저력을 보였다. 컬링은 다른 종목과 달리 선발전 1위 팀이 그대로 올림픽에 나간다. 이어 지난 해 11월 아시아태평양컬링선수권에서는 여자 팀과 당당히 동반 우승을 차지했다. 성세현은 “우린 조용히 있다가 평창에서 ‘빵’ 터뜨리려는 것”이라고 큰 소리쳤다. 지난 해 2월 평창올림픽 테스트이벤트로 치러진 강릉 주니어 세계선수권 정상에 올랐던 이기복도 “세계 대회 우승으로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평창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승을 안겼지만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믹스더블(혼성 2인조) 컬링 이기정(23)의 쌍둥이 형이기도 한 이기복은 “동생의 아쉬움을 내가 만회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민정 여자대표팀 감독도 “남자 팀 세계랭킹은 16위지만 예전 대표팀부터 누적된 거라 큰 의미는 없다. 최근 1년 성적은 남자가 여자보다 오히려 낫다”고 거들었다.
선수들은 남자 컬링은 여자 컬링과 또 다른 매력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오은수는 “힘에서 큰 차이가 난다. 와서 보시라. 스톤끼리 맞부딪히는 시원한 소리가 울려 퍼질 것”이라고 했다. 임명섭 남자대표팀 감독도 “남자 컬링은 크게 불리해도 샷 하나로 뒤집을 수 있다. 파워 넘치는 남자 배구와 아기자기한 여자 배구의 차이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남자 컬링대표팀은 14일 오전과 오후에 미국(4위), 스웨덴(2위)을 상대로 1,2차전을 치른다.
강릉=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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