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호 형량 높인 원칙주의자
박근혜ㆍ차은택ㆍ김종 등 재판 맡아
“국정농단 사건 전모 가장 잘 알아”
13일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62)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김세윤(51ㆍ사법연수원 25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국정농단 사건 전모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선고를 내린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뿐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재판도 맡고 있다. 지난해 차은택씨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장시호씨 등의 재판도 모두 심리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사건뿐 아니라 주변 인물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면서 이 사건의 ‘숲과 나무’를 모두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이날의 판결이 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장판사는 2016년 12월부터 14개월간 최씨 1심 재판을 심리하는 동안 ‘선비’ ‘유치원 선생님’이라는 별호를 얻었다. 검찰이나 변호인 의견을 최대한 듣고, 박 전 대통령이나 최씨 등 피고인 방어권을 보장해주는 차원에서 재판 때마다 발언 기회를 주는 등 차분한 진행과 조곤조곤 설명하는 모습 때문이다. 흥분한 최씨에게 “그렇게 빨리 말하면 증인이 알아듣지 못하니 천천히 말해줘야 한다”거나 “지금 말고 조금 있다 발언할 기회를 주겠다”라며 달랬고 최씨도 순순히 응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원칙주의자’라 불릴 만큼 엄격한 면모도 보여줬다. 지난해 12월 삼성 측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을 강요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씨 조카 장시호씨에게 “범행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고, 가장 많은 이득을 봤다”라며 특검 구형량(징역 1년6개월)보다 1년이 긴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지난해 7월 박 전 대통령이 발가락 부상을 이유로 3차례 재판에 나오지 않고, 재차 불출석사유서를 내자 “출석을 계속 거부하면 규정에 따라 출석 조치하고 재판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해 재판을 이어갔고, 같은 해 10월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연장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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