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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빙판에 나타난 ‘피겨 킹’ 하뉴

입력
2018.02.13 15:3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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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딛고 66년 만의 올림픽 2연패 도전... 팬·취재진 수백명 몰려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부문에 출전하는 일본의 하뉴 유즈루가 13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훈련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부문에 출전하는 일본의 하뉴 유즈루가 13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훈련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13일 오전 강릉아이스아레나는 경기 일정도 없었지만 100여 명이 넘는 취재진으로 장사진을 이뤘다. 부상을 털고 3개월 만에 돌아온 일본의 ‘피겨 킹’ 하뉴 유즈루(24)에 쏠린 관심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날 공식 연습으로 몸을 푼 뒤 처음으로 기자들 앞에 선 하뉴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라고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부상 이후 스케이트를 탈 수 없는 힘든 시간이 있었다. 마침내 올림픽 현장에 와서 메인링크에서 훈련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남자 싱글 우승을 차지한 하뉴는 국제빙상연맹(ISU) 그랑프리 파이널 4연패(2013-14~16-17), 세계선수권 2회 우승(2014ㆍ17), 현 세계최고점수(330.43점) 등 수식어가 필요 없는 세계 1인자다. 그는 평창에서 미국의 딕 버튼(1948ㆍ52) 이후 66년 만에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한다.

하지만 그의 평창행이 쉽지는 않았다. 지난해 11월 연습 도중 쿼드러플(4회전) 러츠 점프를 뛰다 넘어져 오른쪽 발목을 다쳤기 때문. 회복이 더뎌 모든 국내외 대회 출전을 포기하고 지난해 12월 일본 대표선발전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하지만 일본빙상연맹이 금메달이 유망주인 하뉴를 뺄 리는 없었다. 연맹 추천으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하뉴는 "진통제를 먹고 운동을 계속하려고 했지만 발목이 움직이지 않았다"며 "회복할 수 있을까 의심하고 부정적인 생각이 든 적도 있지만 지금은 탈 수 있게 되었다는 게 중요하다. 올림픽은 내 꿈의 무대고, 꿈의 연기를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입국한 하뉴는 전날 강릉아이스아레나 연습 링크에서 빙판 적응을 한 후, 이날 처음 메인링크에 올라가 쿼드러플 토루프와 트리플 악셀 등 점프 등을 시험했다. 그는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체력과 스케이팅 감각이었다"며 "불확실성이 있긴 했지만 지금은 올림픽에 나설 준비가 된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어 그는 "이렇게 많은 취재진에 둘러싸여 본 선수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보도가 되면 더 많은 사람이 볼 텐데 제 스케이팅을 많은 이들이 볼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미소년 같은 외모로 수 많은 팬들을 몰고 다니는 하뉴는 일본의 국민적 스타다. 지난해 2월 강릉에서 평창올림픽 테스트이벤트로 열린 ISU 4대륙선수권 때는 일본 팬 4,000명이 건너왔다. 이날도 몰려든 일본 취재진으로 링크는 북새통을 이뤘다.

훈련 중인 하뉴의 사진을 찍는 일본 팬들. 강릉=연합뉴스
훈련 중인 하뉴의 사진을 찍는 일본 팬들. 강릉=연합뉴스

하뉴의 유일한 대항마는 미국의 ‘점프 괴물’ 네이선 첸(19)이다. 그는 하뉴를 성인 대회에서 두 번이나 이겼다. 2017~18시즌 1차 그랑프리에서 하뉴를 2위로 밀어내며 우승했고 강릉 4대륙선수권에서도 하뉴를 제치고 시상대 맨 위에 섰다. 하뉴가 부상으로 빠진 지난 해 12월 ISU 그랑프리 파이널 남자 싱글에서도 정상에 섰다. 첸은 강력한 4회전 점프를 앞세워 하뉴를 능가하는 모습을 수 차례 보여줬다. 남들은 한 번을 하기도 힘들다는 4회전 점프를 한 프로그램에서 세계 최초로 7차례나 구사한 ‘점프 기계’다. 첸은 지난 4일 일찌감치 평창에 여장을 풀고 마지막 점검에 몰두해 왔다. 17일 열리는 하뉴와 첸의 대결은 세계가 주목하는 명실상부한 평창의 빅 매치다. 강릉=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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