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나라서 압도적인 실력으로 결선 진출
점프 높이와 공중회전, 그리고 강력한 그랩(공중에서 손으로 보드를 잡는 동작)까지 모든 부분에서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한국계 미국인 클로이 김(18ㆍ한국명 김선)이 12일 평창 휘닉스스노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예선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이며 1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1차 시기에서 91.50점, 2차 시기에서는 무려 95.50점을 받았다. 이날 출전한 24명 가운데 90점을 돌파한 선수는 클로이 김이 유일하다. 점프는 3.4m까지 솟구쳐 올랐고, 공중 동작은 흔들림 없이 완벽했다. 2위 류지아위(26ㆍ중국)는 87.75점으로 월등한 기량 차이를 보였다. 올림픽 스노보드 선수 최초로 올림픽 메달 3개를 건 간판 스타 캘리 클라크(35ㆍ미국)는 63.25점(11위)으로 예선을 통과하는데 만족했다.
클로이 김은 특히 비장의 기술인 백투백 1080(공중 3회전 후 반대편 경사에서 다시 공중 3회전하는 기술)은 아직 선도 보이지 않은 상태여서, 메달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예선을 통과한 12명이 겨루는 결승은 13일 오전 10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다. 세 차례 연기해 가장 높은 점수로 순위를 가린다.
클로이 김은 부모님이 20년 전 미국에 정착한 이민자 2세대이자, 2000년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밀레니엄 세대다. 4살 때 스노보드를 타기 시작해 6살 때에는 미국 선수권 3위에 오르는 등 일찌감치 스노보드 천재로 평가받았다.
그는 어느 누구보다 평창올림픽 출전을 염원했다. 2014년 소치올림픽에는 실력은 있었지만 나이가 어려 출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클로이 김은 만 13살이었다. 올림픽 최소 나이 제한은 만 15세다. 이후 2015년 동계 엑스 게임에서 최연소 우승 기록(14세)을 세웠고, 2016년 US 그랑프리에선 백투백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여자선수로는 처음 100점 만점을 받았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에서 만점을 받은 선수는 ‘스노보드 황제’ 숀 화이트(31ㆍ미국)와 클로이 김 뿐이다.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의 팬이고 떡볶이를 좋아하는 평범한 10대 소녀지만, 눈 위에만 올라서면 파이터로 돌변한다. 목표를 향한 집념은 가족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엄격한 가정교육을 강조하는 아버지가 머리 염색을 금지하자, 이후 출전한 국제 대회에서 단번에 우승을한 뒤 ‘염색 허락’을 받아냈다고 한다. 딸의 경기를 가슴 졸이며 지켜본 아버지 김종진씨는 “용띠인 딸에게 ‘오늘은 1,000년을 기다린 이무기가 용이 되는 날’이라고 문자를 보냈는데 재미있어 했다”면서 “예선 등수보다는 결승에서 잘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생애 첫 올림픽에 나선 한국대표 권선우(19)는 20위로 12명이 겨루는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평창=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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