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경제 장관들 돌출 발언 못하게
전체 조율할 컨트롤타워 필요”
근로시간 단축이나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한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을 놓고 정부 부처가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다. 부처 장관들이 정부 내 충분한 조율 없이 제각각 주장을 펼치며 이해당사자들의 혼선을 부추기는 상황. 가뜩이나 노동계와 재계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장관들까지 자신이 이끌고 있는 부처의 입장만을 대변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혼선을 키우고 있는 건 경제부처 장관들이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서울 삼성동의 한 행사장에서 “산업 경쟁력을 고려해 업종별 플렉스아워(탄력근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탄력근로제는 특정 시기의 근무시간을 연장하는 대신 다른 날의 근무시간을 줄이는 제도로 재계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의 보완책으로 이를 요구하지만 노동계는 ‘장시간 근로를 유발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또 지난해 12월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해 “30인 미만 사업장은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근로시간이 줄어들 경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는 영세 중소기업에는 주당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가 필요하다는 중소기업계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여당에서는 장관들의 돌출발언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 간 협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돌출 주장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득이 될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12일 “논의가 길어지니 이런저런 의견들이 나오지만 마치 (정부가)재계의 주장은 수용하기로 했다는 말은 협상에 도움이 안 된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인 한정애 의원은 홍 장관의 중소사업장 특별연장근로와 관련,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논의 대상조차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산업부가 탄력근로제에 대해 ““근로시간 단축을 현장에 원활히 정착시키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보자는 취지”라고 뒤늦게 해명을 한 것도 이런 여당과 정부내 불편한 기류를 감안한 것이란 해석이 많다. 결국 정부와 여당은 내부 교통정리를 위해 9일에야 환노위 소속 의원들과 고용노동부 관계자가 만나 근로시간 단축을 놓고 ‘단일안’을 만들기 시작했다.
부처 간 자중지란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근로자의 인건비를 일부 지급하는 일자리 안정자금의 보완책을 발표하는 과정에서도 불거졌다. 홍종학 장관은 4일 방송토론에서 “지원 대상을 월급 190만원 미만에서 210만원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고용부는 “지원 기준 금액 자체를 상향하는 것이 아니라 비과세 수당 20만원을 적용하는 업종을 늘리겠다는 취지”라고 즉각 해명했다. 게다가 홍 장관의 발언이 관련 내용이 담긴 소득세법 등 14개 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기 이틀 전이었다는 점을 두고서도 은근한 신경전이 오갔다.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내가 발표했어야 하는데 홍 장관이 선수를 쳤다”고 내심 섭섭함을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부처 간 칸막이를 낮추고 소통하라고 거듭 내각을 향해 주문하고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부 부처 간에 제대로 된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다.
현 정부에서 노동정책은 가장 민감한 사안 중 하나인 만큼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장관들이 제 입맛에 맞는 정책을 마구잡이식으로 쏟아내지 않도록 전체적인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