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라 달마이어(25ㆍ독일)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최고의 강심장으로 등극했다.
달마이어는 12일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바이애슬론 여자 추적 10㎞ 경기에서 30분35초3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로써 달마이어는 올림픽 단일 대회에서 스프린트와 추적을 동시에 석권한 최초의 여자선수가 됐다.
바이애슬론 경기에서 스프린트와 추적을 동시에 우승하는 것은 쉽지 않다. 추적은 앞서 진행한 스프린트 경기 결과대로 출발 순서를 정한다. 1등으로 출발하는 선수는 등 뒤에서 따라 오는 선수 때문에 심리적 압박을 강하게 받아 2㎞마다 진행되는 사격에서 실수할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 중압감을 이기지 못해 총알이 빗나가면 어김없이 150m의 벌칙 주로를 달려야 한다. 10일 여자 스프린트 7.5㎞에서 21분06초2를 기록하며 금메달을 목에 건 달마이어는 이날 첫 번째 주자로 출발해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김호엽 무주군청 바이애슬론팀 감독은 “스프린트와 달리 추적은 시간 차이를 두고 출발하기 때문에, 1등 선수가 심리적인 압박을 훨씬 많이 받는다”고 설명했다. 바이애슬론 경기에서 스키 주행을 하는 동안 심박수는 분당 180까지 올라가는데, 사격 레인지로 들어가면 가쁜 숨을 고르고 분당 심박수를 150 정도로 차분하게 가라앉혀야 한다. 이 때 뒤쫓아 오는 선수가 있으면 심박수를 낮추는 데 더 애를 먹는다는 뜻이다. 김 감독은 “특히 올림픽은 월드컵 대회보다 중압감이 더 심하기 때문에 침착함을 유지하기가 더욱 힘들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이날 달마이어는 체감온도 영하 17도에 달하는 추위와 초속 3.8m를 넘나드는 강풍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명중을 이어나갔다. 슬로바키아의 아나스타시야 무즈미나(34)가 뒤에서 바짝 따라 붙었지만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달마이어는 이날 5발씩 4차례 진행된 사격에서 단 한발만 놓쳤다. 반면, 쿠즈미나는 총 4번 과녁을 놓쳐 600m의 벌칙을 받았다. 김 감독은 “복사를 잘 쏘는 선수가 있고 입사를 잘 쏘는 선수가 있는데, 달마이어는 여자 선수 중 사격술이 가장 훌륭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우승으로 달마이어는 평창 올림픽 첫 2관왕에도 올랐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이 종목에서 한 시즌에 세계선수권과 올림픽을 모두 휩쓴 첫 번째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강풍과 기상악화 속에 초반부터 이변이 속출하고 있는 이번 대회에서 꿋꿋하게 이름값을 다 하고 있다.

한편, 남자부 12.5㎞ 추적에 출전한 귀화선수 티모페이 랍신(30)은 전체 60명 중 22위에 그쳤다. 랍신은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나 “날씨가 너무 추워서 손 발이 얼어붙어 사격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다음 경기에서는 이런 실수가 안 나오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금메달은 남자 바이애슬론 최강자 마르탱 푸르카드(30ㆍ프랑스)에게 돌아갔다.
평창=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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