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은 美 견제… 日은 北ㆍ中 겨냥
젠-20 배치ㆍF-35B 도입 추진,
북핵 맞물려 군비경쟁 치열
중국과 일본의 스텔스 전투기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을 염두에 둔 중국은 국가안보 수호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일본은 북한과 중국을 핑계로 군사력 강화에 여념이 없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에 따른 동북아 군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중국은 지난 9일 선진커(申進科) 공군 대변인을 통해 독자 개발한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젠(殲ㆍJ)-20을 공군 작전부대에 배치하기 시작한 사실을 공개했다. J-20은 중국의 4세대 중장거리 전투기로 2011년 1월부터 시험비행을 한 뒤 2016년 11월 주하이(珠海) 에어쇼에서 처음 일반에 공개됐다. 지난해 7월에는 인민해방군 건군 90주년 열병식에 참여한 뒤 같은 해 12월부터 실전 배치 준비에 돌입했다.
J-20은 스텔스 기능뿐 아니라 선진 항전설비, 초음속 순항 속도 등에서 중국 공군의 현재 주력 기종인 J-10이나 J-11, 러시아 수호이(Su)-30 등 3세대 전투기보다 우수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지난해 중국 서부내륙에서 진행된 훙젠(紅劍) 군사훈련에선 J-10, J-11, Su-20을 상대로 한 모의 공중전에서 10대 0의 완승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맞서 일본도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B의 도입을 추진키로 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12일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노후화된 기존 F-15 전투기의 후속으로 F-35B를 도입해 2026년부터 운용할 계획이며 관련 예산은 내년부터 반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F-35B는 기존 전투기들보다 활주거리가 훨씬 짧아 100여m 정도의 활주로만 있으면 이륙이 가능하다. 현재 항공자위대 주력기인 F-15나 최근 도입을 시작한 F-35A의 활주거리는 수백m 수준이다. 때문에 일본 정부는 F-35B를 활주로가 짧은 낙도의 방위에 활용하고 항공모함화를 추진중인 해상자위대 호위함 이즈모에도 배치할 방침이다.
중ㆍ일 양국의 스텔스 전투기 경쟁은 다분히 동북아시아의 패권을 의식한 측면이 크다. 중국은 J-20의 성능이 전체적으로는 미국의 4세대 주력 전투기인 F-22에 미치지 못한다고 인정하지만, 주변 국가들의 전투기에 대해서는 우위를 점할 수 있고 미국과의 공군력 차이도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은 신형 전투기를 통해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탑재한 중국군 전략폭격기를 견제하고 한반도 유사시 북한이 주일 미군기지나 활주로를 표적으로 삼을 가능성에 대비할 계획이다.
하지만 양국 모두 넘어야 할 산이 있다. J-20의 경우 당초 장착하려던 차세대 엔진 WS-15의 결함을 극복하지 못해 기존 엔진의 개량형을 장착, 비행성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공군력 증강과 대외적인 군사굴기(堀起ㆍ우뚝 섬)를 의식해 조급증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일본도 F-35B 기종이 최전방 임무용인데다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작전이 가능해 일본 헌법상 전수방위(專守防衛ㆍ공격받을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 위반 논란이 불가피하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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