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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피살 1년… 용의자 재판 오리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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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피살 1년… 용의자 재판 오리무중

입력
2018.02.12 17:4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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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결정적 증거 못 찾은 가운데 무죄 판결 가능성

김정남을 VX로 살해한 혐의로 받고 있는 시티 아이샤(왼쪽 두번째)와 도안 티 흐엉(맨 오른쪽)이 지난해 10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진행된 현장검정에 참석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AFP 연합뉴스
김정남을 VX로 살해한 혐의로 받고 있는 시티 아이샤(왼쪽 두번째)와 도안 티 흐엉(맨 오른쪽)이 지난해 10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진행된 현장검정에 참석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AFP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동남아 여성 2명에 대한 재판이 말레이시아 현지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두 여성에 대한 무죄 선고 가능성을 점치는 발언들이 법정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적의 시티 아이샤, 베트남 국적의 도안 티 흐엉은 1년 전인 지난해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신경작용제 VX를 발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흐엉의 변호를 맡고 있는 히샴 테 포테익(히샴 빈 압둘라) 변호사는 12일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재판이 진행될수록 북한으로 도망간 사람들이 진짜 범인이라는 사실이 명확해지고 있다”며 “우리가 이길 것을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안 티 흐엉의 변호를 맡고 있는 히샴 테 포테익 변호사. 히샴 변호사 제공
도안 티 흐엉의 변호를 맡고 있는 히샴 테 포테익 변호사. 히샴 변호사 제공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말 7주간의 휴지기를 거친 뒤 재개된 재판은 막바지 단계로 접어들었으며, 재판부는 4월 중으로 사건이 마무리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직후 북한으로 도망친 북한 국적자 4명에 대한 혐의는 짙어지고 있다. 시티 아이샤의 변호인인 구이 순 셍 변호사는 지난 9일 진행된 재판에서 시티와 포섭책으로 활약한 리지우(일명 제임스ㆍ31)와 주고 받은 문자 메시지와 예행 연습 동영상을 공개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시티는 작년 1월6일 “(연기를 잘해서) 다음달 일본에 가면 좋겠다”는 글을 동영상과 함께 올렸다. 같은 달 15일에는 리지우에게 “오늘 연기는 별로죠? 그렇죠?”라고 메시지 보냈다. 이에 리지우는 “응, 자연스럽지 않아”라고 답했고, 시티는 다시 “미안해요. 오랫동안 연기를 안했더니…”라고 회신했다. 현재까지 두 여성은 TV쇼 촬영을 위한 ‘몰래 카메라’라는 북한 남성들의 거짓말에 속았을 뿐 살해 의도는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공개된 자료는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말레이 검찰은 이들이 의도를 갖고 살해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뚜렷한 자료를 추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두 여성이 김정남의 얼굴에 VX를 바른 직후 손을 씻기 위해 ‘두 팔을 하늘 위로 뻗은 채 화장실로 달려가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 TV 영상이 유일한 증거다. 이는 두 여성이 손에 묻은 물질이 독극물인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황 증거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이들이 살해 의도를 갖고 범행에 나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말레이 검찰은 지난해 3월 1일 사건 현장 관할 법원인 세팡 지방법원에서 이들에 대해 사형을 구형했다.

김정남 암살 협의를 받고 있는 인도네시아 국적 여성 시티 아이샤 변호인 구이 순 셍. 세팡(말레이시아)=정민승 특파원
김정남 암살 협의를 받고 있는 인도네시아 국적 여성 시티 아이샤 변호인 구이 순 셍. 세팡(말레이시아)=정민승 특파원

현지 소식통은 “북한으로 도망간 유력한 용의자들에게 여성들이 이용당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재판부도 섣부른 판결에 대한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며 “북한으로 도망간 이들을 그대로 둔 채 두 여성만 처벌한다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말레이 당국은 지난해 사건 직후 국제형사경찰구기(인터폴)을 통해 북한으로 도망간 4명을 ‘적색수배’ (Red Notice)' 리스트 올리는가 하면 아마드 자히드 하미디 부총리가 인터폴 총재에게 따로 지원사격을 요청했지만 말레이는 이날 현재까지 아무런 회신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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