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총 1억3400만원 부과
7년 만에 제재 결정에도
벌써부터 공소시효 만료 논란
공정거래위원회가 사회적 논란이 컸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재조사해 제조ㆍ판매사인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을 검찰에 고발했다. 2011년과 2016년 두 차례나 이들 회사에 ‘면죄부’를 줬다가 결국 7년 만에 제재를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뒤늦은 검찰 고발로 벌써부터 공소시효 만료 논란이 일어나는 등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공정위는 12일 독성물질이 든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하며 인체 안전과 관련한 정보를 은폐ㆍ누락하는 등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SK케미칼ㆍ애경ㆍ이마트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억3,4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업체별 과징금은 SK케미칼 3,900만원, 애경 8,800만원, 이마트 700만원이다. 공정위는 또 김창근ㆍ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ㆍ고광현 전 애경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마트는 표시광고법 위반 공소시효(5년)가 지나 고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막중한 소임을 제대로 못했다”며 사과했다.
SK케미칼과 애경은 2012년10월~2013년4월 ‘홈클리닉 가습기메이트’를, 애경과 이마트는 2006년5월~2011년8월 ‘이마트 가습기살균제’를 각각 제조ㆍ판매했다. 두 제품에는 모두 인체에 유해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ㆍ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들은 제품용기의 표시라벨에 ‘흡입 시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와 같은 위해 정보를 생략한 채 ‘천연 솔잎향의 삼림욕 효과’ 등 판촉용 문구를 강조했다. 또 이들 제품이 국가기관에서 안전성을 공인 받은 것처럼 ‘품질 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에 의한 품질표시’라고 기재했다. 즉 ▦소비자가 제품의 위해성을 인식할 정보가 부족하고(기만적 표시ㆍ광고) ▦안전성을 확보한 제품으로 오인할 우려가 커(거짓ㆍ과장 표시) 표시광고법 위반이라는 게 공정위 결론이다.
앞서 공정위는 2011년 10월 CMIT/MIT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최초 신고를 접수한 뒤 5개월 만에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했다. 2016년 4월 재차 신고가 접수되자 그 해 8월 “CMITㆍMIT를 희석해 제조한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며 ‘심사절차 종료’(판단불가) 결정을 내렸다. 제품의 위해성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사실만으로 부당한 표시ㆍ광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논리였다.
피해단체와 정치권에서 ‘대기업 면죄부’ 비판이 쏟아지자 공정위는 결국 지난해 9월 재조사에 착수했다. 인민호 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과장은 “환경부가 진행한 역학조사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 사용에 따른 (폐 손상 등) 피해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정위의 뒤늦은 제재에 따라 재판 과정에서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핵심 쟁점은 공소시효(범죄행위 종료시점 기준 5년) 만료 여부다. SK케미칼과 애경은 2011년 8월31일부터 가습기 살균제 판매를 종료돼 5년 지난 2016년 8월 공소시효가 만료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재조사 과정에서 2013년 4월 한 소매점에서 제품이 판매된 기록을 확보하고 공소시효가 올해 4월까지 남았다는 입장이다. SK케미칼과 애경은 이에 대해서도 제품을 100% 수거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이유로 공정위가 적용한 공소시효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도 “(공소시효는) 검찰과 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제품의 위해성 여부를 두고도 양측은 법정에서 치열하게 부딪칠 것으로 보인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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